전공의 5명 중 4명, 전문의 시험 준비로 공백
입원 진료 가능한 교수도 7명 중 3명에 불과
강남세브란스도 전공의 못 구해 응급실 운영 포기
내년 전국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사상 첫 10%대
"인력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병실 입원 환자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무책임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을 알지만 저희도 답답하다."
손동우 길병원 소아청소년과장, '소아청소년과 원장님들께 올리는 글'에서
인천 최대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전공의(레지던트)를 구하지 못해 지난 10일부터 소아청소년과 입원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영·유아와 청소년 인구 감소로 미래가 걱정되는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심화한 탓이다. 이는 비단 길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모든 대형 병원에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정부 차원의 현실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 '無'
12일 길병원에 따르면,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에서 내년 2월 말까지 입원 환자를 받지 못한다. 소아청소년과에서 근무하던 전공의 5명 중 4년 차 전공의 4명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서 자리가 비어, 2년 차 전공의 1명만 남게 됐다. 7명의 교수 중에서도 신생아 중환자실 담당과 장기 연수 교수 등을 제외하면 3명만 입원 진료가 가능한 상황이다. 길병원은 "외래진료와 응급실 운영은 하면서 내년 중 전문의나 입원 전담 전문의가 충원되면 입원 진료를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병원은 매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모집했다. 하지만 2019년(4명)과 지난해(1명)에만 충원에 성공했다. 2020년과 올해는 1명도 충원을 못 했고, 최근 진행한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도 지원자가 없었다.
영·유아 및 청소년 인구 급감으로 악화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은 길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도 지난 10월부터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했다. 최근 2년간 전공의를 1명밖에 충원하지 못해서다. 서울대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시내 다른 상급종합병원 대부분이 전공의 정원 미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는 정원(199명)의 16.5%에 불과한 33명에 그쳤다. 지원율은 2019년 80%로 처음 미달된 후 2020년 74%, 지난해 38%, 올해 27.5%로 급감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신통치 않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보상 강화를 골자로 하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소아청소년과와 관련해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확충 등의 정책이 포함됐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손동우 길병원 소청과 과장은 이날 "심각한 저출산으로 영·유아와 청소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코로나19로 대면 진료까지 급감하면서 초래된 상황"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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