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행정을 해주십시오."
7월 1일 오전 제14대 광주광역시장 취임식이 열린 광주시청 대회의실. 단상에서 취임 인사를 하던 강기정 시장은 민선 8기 시정 방향으로 '창의 행정'을 제시했다. 그는 공직자들에게 "모순처럼 들리는 이 두 단어가 광주에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달라"며 "광주 변화의 동력은 '공직자의 창의성'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자의 창의적 행정이라…' 강 시장의 취임사를 듣던 몇몇 기자들, 심지어 광주시 공무원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강 시장조차 '모순'이라고 표현한 '그 어려운 일'을 공직자들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앞선 탓이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강 시장의 바람대로 '공직자의 창의적 행정'은 이뤄지고 있을까. 다른 곳은 몰라도, 경제창업실 소속 일자리정책과 일자리정책팀만큼은 "아니올시다"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가 한국일보에 대한 취재 거부 조치다. 이 부서 A과장과 B팀장은 9일 광주시가 수행 중인 국고 보조금 지원 사업인 고용노동부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고선패) 사업을 비판한 한국일보 기사를 문제 삼아 취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일보는 광주시의 고선패 보조사업자 특혜 의혹과 보조금 부정 수급 등을 잇따라 보도했다. B팀장은 "부정적 보도가 계속돼 취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고, A과장은 "대변인실에서 (한국일보) 취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부서를 취재하는 과정에선 전혀 들어보지 못한, 황당한 얘기였다. 이는 고선패 사업과 관련해 더 이상 언론의 비판과 감시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인데, 여기엔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은폐 문화마저 엿보인다. 이른바 퇴행적 행정이다. "창의적 행정을 하라"는 강 시장의 주문이 무색해진 셈이다.
광주시의 이런 치졸한 행동이 배짱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무지에서 기인한 건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간 정당한 비판 보도에 대해 변변한 해명도 못 했던 광주시가 돌연 취재에 제동을 거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 자유에 대한 인식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것임은 분명하다. 공직자의 업무 처리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란 게 대법원의 굳어진 판례다.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취재 거부를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비판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구태여 이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줘야 한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에 광주시의 한 중견 간부조차 "비판 보도에 취재 거부로 맞서는 걸 창의 행정으로 착각한 듯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과장 등의 뒤틀린 언론관을 꼬집은 것이었다.
순간, 강 시장 취임식이 다시 소환됐다. 당시 단상을 오가며 '창의 행정'을 역설하던 강 시장은 이런 말도 했다. "창의적 적극 행정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강 시장의 내 탓론이 중견 간부의 역설(逆說)과 묘하게 오버랩됐다.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이들을 데리고 강 시장은 과연 광주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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