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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족의 책임자 처벌 요구가 정쟁인가

입력
2022.12.1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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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유가족협의회 창립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만든 협의회와 이들을 돕는 시민대책회의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세월호 참사에 비교하며 정쟁으로 소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극적인 일로 소중한 가족을 황망히 떠나보낸 이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결코 해선 안 될 말이다. 참사를 정쟁화하고 있는 건 유족과 시민들이 아니라 어렵게 합의한 국정조사를 답보 상태로 몰아 응당 해야 할 진상 규명을 차일피일 미루는 정치권이다.

희생자 97명의 유가족 170여 명으로 구성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10일 공식 출범을 알리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의회는 국정조사와 성역 없는 수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비롯한 책임자 처벌, 유가족 소통과 희생자 추모 공간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참사 후 한 달 보름이 되도록 진전이 없는 사안들이다. 회견 중 유가족들은 오열했고,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치유되지 못한 슬픔과 분노의 깊이를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이날 권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며 이들의 아픔에 정치를 끌어들였다.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며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예견된 위험을 막지 못한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목소리를 ‘압박’이라 경계하고 악영향까지 예단한 왜곡된 인식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국민의 대표인가, 정권의 대표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족들은 “‘세월호와 같은 길’이 어떤 길이냐” “저희가 반정부 세력이냐”고 되물으며 울분을 쏟았다.

목적을 벗어난 일부 시민단체의 잘못된 행태는 물론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참사 유가족과 시민의 정당한 요구를 호도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권 의원은 유가족 앞에 사과하고, 여야는 더 늦기 전에 국정조사에 임해야 한다. 책무를 다하지 않는 정치는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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