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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참기름·삼겹살도 ‘빠른 배송’… 온라인 매출 전국 1위 전통시장 비결은

입력
2022.12.12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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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전통시장]<5>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
44년 된 시장의 반전... 지난해 온라인 매출 전국 1위
단골·젊은층 온라인 주문 폭발... 3040 상인 비중 28%
이달부터 마트처럼 '빠른 배송 서비스' 전국 최초 실시
싸고 싱싱한 제품, 스피드 배송까지 "안 올 이유 없죠"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8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종합시장'에 이달부터 시작하는 '우리시장 빠른 배송 서비스' 안내판이 붙어 있다. 서재훈 기자

8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종합시장'에 이달부터 시작하는 '우리시장 빠른 배송 서비스' 안내판이 붙어 있다. 서재훈 기자

전통시장의 참맛은 흥정에 있다. 손님과 가게 주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밀당은 전국 어디서나 빠질 수 없는 시장 풍경이다. 하지만 새벽에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해주는 온라인 식재료 업체들의 편리함과 대형마트 정찰제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흥정은 그다지 매력적 요인이 아니다.

전통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온라인까지 점령 중인 곳이 있다. 1978년 문을 연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이다. 암사종합시장은 지난해 온라인에서만 12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국 전통시장 중 온라인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달부터는 전국 최초로 ‘우리시장 빠른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온라인 시장 개척에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에서 맛본 반찬, 직접 짠 참기름…온라인 수요 증가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종합시장 반찬가게 '순수한찬' 김향주 대표가 8일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밑반찬을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종합시장 반찬가게 '순수한찬' 김향주 대표가 8일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밑반찬을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암사종합시장이 온라인 진출을 시작한 계기는 역설적으로 대면거래를 하던 단골 덕이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을 찾기 어려워진 단골들로부터 온라인 주문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8일 시장 반찬가게인 ‘순수한찬’에서 장을 보던 박진혜(41)씨는 "밑반찬 같은 먹거리는 온라인에서 구입하기 꺼리게 된다"면서 "하지만 시장에서 직접 맛을 보고 검증이 끝난 가게라면 온라인을 통해서도 언제든 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씨 같은 단골을 중심으로 지난해 '순수한찬'이 올린 온라인 매출은 3억 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온라인 주문건수만 100건이 훌쩍 넘는다. '순수한찬' 사장 김향주(50)씨는 “밑반찬 특성상 배송이 까다로워 온라인 판매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단골들 권유로 시작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매출이 크게 늘면서 지금은 오프라인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3대째 참기름 집을 운영하고 있는 '대우고추참기름'의 유문석(오른쪽)·유서백 부자가 8일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소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3대째 참기름 집을 운영하고 있는 '대우고추참기름'의 유문석(오른쪽)·유서백 부자가 8일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소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먼저 타고 매장을 직접 찾는 손님도 적지 않다. 3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참기름을 판매해온 ‘대우고추참기름’이 대표적이다. 부친과 가게를 운영하는 유서백(36)씨는 3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가업에 뛰어들면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참기름 제조 과정을 동영상으로 온라인에 올리고, 3대째 이어가는 참기름집 내력을 소개했다. 그러자 단골뿐 아니라 젊은 층도 몰렸다. 온라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는 유씨는 "온라인에서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직접 시장에 찾아오기도 한다"면서 "바빠서 시장을 찾지 못하는 손님들을 위해 온라인 시장을 더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씨처럼 시장 내 가게 주인들의 세대교체도 온라인 시장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유씨를 포함해 시장에서 가업을 잇는 가게만 7곳이다. 가업이 아니더라도 128곳 중 37곳(28%)의 가게 주인이 3040세대다. 젊은 세대가 선제적으로 온라인 시장을 개척하면서 다른 가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국 최초 통합 물류센터 구축...시장도 '빠른 배송'한다

우리시장 빠른 배송 체계도. 서울시 제공

우리시장 빠른 배송 체계도. 서울시 제공

암사종합시장은 이달부터 전국 시장 최초로 물류센터를 구축해 가맹점포의 주문과 배송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본격 운영한다. 이름은 ‘우리시장 빠른 배송 서비스’다. 기존에는 가게별로 택배회사나 배송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배송을 했지만, 앞으로는 가게에서 통합관리시스템에 주문정보를 입력하면 센터에서 물건을 취합해 배송과 정산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해준다.

예컨대 A가게에서 밑반찬을 구매하고, B가게에서 생선을 사고, C가게에서 과일을 사면 이 모든 상품을 대형마트처럼 한번에 묶어서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받을 수 있다. 시장에 가지 않아도 전화나 온라인 주문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강동구 내에선 2시간 내 배송은 물론 새벽배송까지 가능하다. 서울 전역과 인접한 경기 하남시 등은 당일 배송이 이뤄진다. 물류비용 때문에 온라인 시장에 진출 못했던 상인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네이버 등 대형 포털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했던 가게들도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배경호 암사종합시장 상인회장은 "상품별 특징이 모두 다르고, 비싼 배송료에 배송 시간도 각각 달라 그간 배송에 어려움이 컸다"며 "한번에 모아서 운영하면 비용도 줄이고,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등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서비스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 반찬가게 '순수한찬'의 김향주 대표가 8일 온라인으로 주문 들어온 밑반찬을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 반찬가게 '순수한찬'의 김향주 대표가 8일 온라인으로 주문 들어온 밑반찬을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상인들 반응도 뜨겁다. 128개 가게 중 85곳이 빠른 배송 서비스에 이미 가입했다. '순수반찬' 사장 김향주씨는 “금방 변하는 반찬은 배송 시간이 중요한데 빠른 배송 서비스가 시행되면 더 많은 손님이 신선하게 반찬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후레쉬정육점' 사장 손형일(41)씨도 "정육을 택배로 보내려면 무겁고 포장 비용도 만만치 않아 온라인 판매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빠른 배송으로 원거리 지역까지 보낼 수 있고 과대 포장 걱정도 덜어 일석이조"라고 밝혔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반기는 눈치다. 이날 아이와 함께 시장에서 장을 보던 노유빈(25)씨는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 때문에 전통시장을 찾지만 날씨가 춥거나 짐이 많으면 불편했다"며 "백화점처럼 당일 배송 서비스를 해주면 이런 부담이 줄어들어 더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구입한 물건 때문에 손수레까지 가져 온다는 서혜옥(65)씨도 "싱싱한 물건을 싸게 접할 수 있는 전통시장의 이점은 살리면서 번거로운 배송 문제까지 도와준다니 시장에 안 올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 입구에 8일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우리 시장 빠른 배송'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재훈 기자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 입구에 8일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우리 시장 빠른 배송'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재훈 기자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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