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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사망률 2위' 간암, 70~80% 파괴돼도 증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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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사망률 2위' 간암, 70~80% 파괴돼도 증상 없어

입력
2022.12.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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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간은 우리 몸의 '에너지 관리 센터'로 불린다.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남순우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 등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는가 하면 포도당이나 아미노산·글리세린·유산 등을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 세포로 운반하는 공장 역할도 맡는다"고 했다.

간은 장에서 단백질 등이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과 여러 응고 인자를 생성해 몸을 해독한다.

항체인 감마 글로불린을 만들어 혈액의 살균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것도 간의 몫이다.

남순우 교수는 "간은 침묵의 장기여서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아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를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며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염증이나 간암이 발생해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후에야 불편함을 느낀다.

◇5년 생존율 37.7%로 암 사망률 2위

간암(간세포암)은 전 세계에서 6번째, 국내에선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605명으로 갑상선암,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다음으로 많았다.

또 최근 5년간(2015~2019년) 간암 생존율은 37.7%로, 전체 암 생존율(7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간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뜻이다. 암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는데, 한참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에서는 암 사망률 1위다.

2022년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간암 원인 순위는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 순이다. 이 밖에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성 간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간암 환자의 80%는 만성 간염 합병증인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으면 간암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한다.

남순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다양한 원인으로 간 손상이 반복되면 간세포의 ‘종양 억제 유전자’가 힘을 잃는다”며 “반면 ‘종양 유발 유전자’는 다양한 경로로 활성화되면서 간암으로 악화한다”고 했다.

◇복수 차는 등 증상 나타나면 상당히 진행된 상태

간암은 초기에 발견이 어려운 암이다.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질 때,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 혹은 배에 복수가 차는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때가 대부분이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않다. 그래서 정기검사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없는 상태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위험 요소가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선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간암은 간 수치 혈액검사와 간암종양지표(AFP), 초음파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진단한다.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위험군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간암 종양 지표와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초음파검사로 간 실질(實質) 내에 새로운 병변이 생겼는지 확인하고 종양 지표 검사가 정상으로 유지되는지 주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대한간학회에서 사용하는 간암의 기수는 종양 크기, 종양 림프샘 혹은 혈관 침범 여부,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환자의 간 기능 상태와 운동 가능 상태 등을 고려해 5단계 병기로 구분하는 '바르셀로나 병기법'도 널리 쓰이고 있다.

종양 크기가 작고 혈관 침범 등이 없는 초기 단계(간암이 1개이고 지름 3㎝ 이하)에는 간을 절제하는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조금 크더라도 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로 간을 절제해 주는 것이 좋다.

지름 1~2㎝ 미만의 작은 간암이라면 고주파 열 치료를 통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간암 치료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이식'이다.

다만 간암은 아주 초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대부분 초기 상태를 벗어난 이후에 발견되므로 '간동맥화학색전술(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TACE)'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대퇴동맥 혈관을 통해 간 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종양 크기가 크고 암이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에는 경구 항암제(넥사바, 스티바가, 렌비마 등)나 주사 항암제(옵디보, 테센트릭+아바스틴 등)를 사용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적 절제술이나 간동맥 화학색전술보다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므로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된 간암에서는 주로 항암제를 사용한다.

◇B·C형 간염 예방 중요…2년 내 재발률 40% 높아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경변증 원인이 되는 B형이나 C형 간염 예방이 중요하다. B형 간염은 예방백신 접종으로 막을 수 있다. C형 간염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해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을 예방하려면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 질환이 발생하면 절대 금주해야 한다.

최근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인한 간 손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적절한 신체 활동과 식단 조절 등으로 대사성 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수술해도 2년 내 재발률이 40% 이상이다. 남순우 교수는 "간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수"라면서 "무엇보다 간암은 일찍 발견해야 치료 옵션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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