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브랜드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오랜 시간 동안 헤드라이너로 활약한 대형 세단, 그랜저의 최신 사양인 ‘디 올 뉴 그랜저’를 선보이며 국내 자동차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새로운 그랜저의 등장은 ‘SUV와 크로스오버’가 주인공으로 떠오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세단의 영역’이 여전히 존재함을 증명했고, 현대차가 준비하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선포하는 것과 같았다.
시승 행사에서 마주한 새로운 ‘디 올 뉴 그랜저’는 과연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그랜저
디 올 뉴 그랜저(이후 그랜저)는 5,035mm에 이르는 긴 전장을 갖췄고 1,880mm와 1,460mm의 전폭과 전고 외에도 2,895mm에 이르는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대형 세단’의 격을 선명히 드러낸다.
그랜저 TG 이후, 한층 가볍게 그려졌던 지금까지의 그랜저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무게감을 더한다. 그렇기에 스타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미래적인 디자인을 앞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각그랜저’의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측면에 잠긴 긴 전장, 그리고 한층 늘어난 휠베이스의 스케일은 마치 토요타의 ‘본토를 위한 기함’으로 만든 센추리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화려한 휠, 그리고 팝업 타입의 도어 캐치 등이 차량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후면 역시 전면의 디자인 같이 슬림한 라인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더하고, 유려하게 다듬어진 차체를 통해 완성도를 더한다. 특히 차체의 볼륨감을 더하는 디자인 연출을 통해 보다 화려한 매력을 드러낸다.
과거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다
그랜저의 실내 공간은 과거의 디자인을 복기하고, 현재의 기술로 브랜드의 미래를 제시한다.
가로로 길게 그려진 대시보드, 그리고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 아래 각종 기능 및 설정 버튼 등을 직관적으로 구성한 인터페이스 등은 ‘그랜저의 주 고객’이 될 중, 장년층을 명확히 겨냥하는 모습이다.
또 초대 그랜저에서 볼 수 있던 스티어링 휠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그려낸 독특한 스티어링 휠과 스티어링 휠 뒤쪽으로 자리를 옮긴 기어 레버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그릇에 담는다.
세대 교체를 거치며 한층 커진 체격을 가진 그랜저는 실내 공간의 여유 역시 만족감을 더한다. 1열 공간은 물론이고 2열 공간 모두에 고급스럽고 정교하게 제작된 시트가 마련되어 탑승자의 여유를 더한다.
풍부한 방음 대책, 더불어 여기에 최대 8도까지 눕혀지는 2열시트 리클라이닝 기능과 뒷좌석 전동식 도어 커튼을 적용해 공간 가치를 더한다. 또 운전석 릴렉스 컴포트 시트 역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더불어 적재 공간도 준수하다. 쾌적한, 혹은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은 아니지만 깔끔히 다듬어진 공간은 충분한 여유를 통해 ‘대형 세단’에 걸맞은 활용성을 제시한다.
마땅히 갖춰야 할 대형 세단의 여유
새로운 그랜저의 외형, 그리고 실내 공간을 둘러본 후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고급스러운 시트와 특별한 스티어링 휠, 그리고 직관적이며 기술적인 여러 요소들이 독특한 감성을 자아낸다.
또한 정숙한 매력을 드러내며 대형 세단의 가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다만 넉넉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다소 낮게 그려진 헤드룸은 내심 아쉽다. 협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운전자는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그랜저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300마력과 36.6kg.m의 토크를 내는 V6 3.5L 스마트스트림 G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됐다. 여기에 선택에 따라 전륜구동 혹은 AWD(HTRAC)를 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성능이 우수한 만큼 운전자 입장에서 답답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덕분에 발진 가속부터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 주행 등 넓은 속도 영역에서 부족함 없는 모습이다. 특히 고속 주행은 무척 세련된 느낌이었다.
다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볼 때 V6 엔진의 출력 뛰어난 건 아니다. 그러나 차량 성격 상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며 회전 질감이 다소 거칠지만 그 정도가 ‘일반적인 운전자’에게 불편함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변속기 및 구동계는 운전자에게 위화감을 주거나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능숙한 연출’을 제공하기 때문에 어떤 구성을 택하더라도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형 세단은 기본적으로 쾌적한 주행 질감, 그리고 여유로운 감성을 선사하는 것이 덕목이다. 그리고 이번의 그랜저는 이러한 ‘대형 세단’이 갖춰야 할 덕목을 효과적으로 갖춘 모습이다.
게다가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쥐고 주행을 이끌 때 차량이 운전자를 거스르거나 부담을 주는 경우도 흔치 않았다. 차량의 전장과 휠베이스가 길어 좁은 길에서 다소 신경이 쓰이지만 ‘적응 후’에는 문제가 없다.
또한 각종 주행 상황에서 마주하는 여러 노면 상황에서 무척 능숙히 대응한다. 과거에 비해 한층 탄탄한 차체의 질감이 느껴지지만 하체가 적극적으로 충격을 상쇄하며 우수한 승차감을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이다.
덕분에 시승하며 마주했던 도심의 도로, 간선도로와 고속도로 그리고 지방의 도로 등에서도 큰 아쉬움 없는 ‘보편적으로 높은 만족감’을 꾸준히 이어가며 대형 세단의 가치를 명료히 드러냈다.
물론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큰 충격에는 능숙히 대응하지 못하고 간혹 실내 공간으로 충격을 전하기도 하지만 ‘그랜저의 전체적인 방향성’ 그리고 ‘그랜저가 주는 만족감’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이다.
한편 새로운 그랜저는 ‘새로운 차량’의 가치라 할 수 있는 각종 기술 요소의 매력을 과시한다. 주행 편의 사양은 물론이고 각종 안전 사양, 그리고 여러 ‘기술적 디테일’ 등이 주행 내내 존재감을 드러내며 ‘최신의 대형 세단’의 가치를 선명히 드러낸다.
좋은점: 선명히 드러나는 대형 세단의 가치, 최신 기술의 가치
아쉬운점: 호불호가 갈릴 디자인, 다소 협소한 헤드룸
보다 그랜저다운 그랜저, 디 올 뉴 그랜저
앞서 사견을 밝힌 것처럼 그랜저 TG 이후 그랜저는 ‘브랜드에 비해 다소 가벼운 차량’이라 생각됐다. 그러나 새로운 그랜저는 다시 한 번 그랜저의 존재, 그리고 ‘그랜저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를 선명히 드러내는 모습이다.
새롭게 출범한 프리미엄의 아이콘, 제네시스에 가려졌던 ‘현대의 자존심’이 그렇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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