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로웨이스트 더욱 확산될 전망
부피는 가볍게, 브랜드 가치는 더욱 무겁게
환경 보호의 시작 ‘재활용하고 새활용 돕자’
일상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한 요즘 포장을 최소화하거나 쓰레기를 줄이려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남들과 다른 디자인, 개성을 중시하는 가치소비 트렌드를 중심으로 재활용과 새활용에 대한 시야 역시 넓어지고 있다. 매일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환경문제애 대한 책임감을 갖고 보호 의지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는 도심 숲 조성,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 사회공헌 활동과도 직접적인 연결이 되기도 한다. 또한 청년 사업가들은 애초 시작부터 생분해, 재활용 등을 제품 콘셉트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국민 인식도 이러한 사회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환경보호를 삶 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최대 숙제, 공병 재사용 그리고 재탄생
아직도 고객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화려한 패키지와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쇼핑백이며 이는 곧 매출로 이어진다. 그러나 2022년 화장품 업계는 유독 친환경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환경의 심각성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용기’에 대한 심각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잔여물, 디자인, 소재 등의 문제로 폐기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의 심각한 주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뷰티 업계는 재사용이 가능한 리필패키지를 신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색조, 스킨 케어, 향수 등 제품군도 다양하다.
메디힐은 본품에 내장된 용기 자체를 교체하여 재사용하도록 제작된 패키지를 제작, 플라스틱 사용량을 75% 낮추는 것은 물론 내용물의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위생적으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패드 4종을 선보였다. 아이오페의 리페어 안티에이징 크림 ‘스템Ⅲ 크림’은 지속 가능 패키지로 제작된 제품이자, 브랜드 첫 리필 패키지 적용 제품으로 내용물이 담긴 리필 용기만 교체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한 사용 후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PCR 소재가 리필 내용기에 100% 적용된 점도 특징이다.
리필 디자인을 적용한 기본 패키지를 베이스로 컬러 또는 케이스를 교체해 취향과 기분에 맞춰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도록 한 립스틱도 주목받고 있다. 샤넬의 ‘루쥬 알뤼르 렉스트레’는 케이스 베이스에 리필 카트리지를 끼워 사용할 수 있고 15개 컬러로 이뤄진 리필 카트리지로 레이어링이 가능하다.
‘디올 어딕트 립스틱’은 여러 컬러의 리필 립스틱을 다양한 디자인의 케이스에 끼워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향수병도 기존 보틀에 끼워 내용물만 다시 채워 사용할 수 있는 리필 호환 제품의 출시가 활발하다. 아르마니 뷰티 ‘마이웨이 플로럴’은 기존 용기에 리필용 보틀을 뒤집어 장착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겔랑의 ‘아쿠아 알레고리아 로사 로싸 포르테’는 보틀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리필 제품으로, 다 사용한 향수병에 다시 내용물을 채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재사용도 환경보호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는 것에 대한 노력도 절실하다. 한국 콜마는 ‘2022 핀업디자인어워드’에서 라벨 종이 패키지로 지난해 종이튜브에 이어 2년 연속 베스트오브베스트 상을 수상했다. 종이로 제작된 튜브 용기의 실링(밀봉) 구간을 의도적으로 넓게 제작해 라벨로 만들었으며 화장품 포장재인 단상자에 기입하는 필수정보를 라벨에 적어 불필요한 겉포장을 생략했다.
공병이 단순히 공병으로 재사용 되는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시작한 ‘이니스프리 공병 수거 캠페인’을 친환경 사회공헌활동인 ‘그린사이클’ 캠페인으로 발전시켜 2021년까지 총 2,354톤의 화장품 공병을 수거했다. 다 쓴 화장품 공병을 매장에서 회수하여 리사이클링 하는 것뿐만 아니라 창의적으로 재활용하거나 예술 작품 등으로 업사이클링 하는 등 다양한 재활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현대건설과 ‘화장품 공병 재활용 소재 사용’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키엘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한 자원순환 컨셉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공병들은 세척, 분류, 분쇄 및 후가공의 단계를 거쳐 키엘 매장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붉은 벽돌과 매장 내 테이블 및 수납장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공병을 단순 소각했을 때보다 약 732kg의 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약 299평의 소나무 숲의 탄소 흡수량과 동일하다고 전했다.
재활용 혁신 기업 테라사이클은 로레알코리아가 수거한 화장품 공병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벤치를 제작했으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함께 고객 편의를 고려한 벤치 디자인 및 제작 작업에 참여했다. 제작된 벤치들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입구 근처 야외 공간에 설치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5월 지속가능한 지구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공간 공병 팝업 스토어로 눈길을 끌었다. 발달 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도 제품을 알아볼 수 있도록 점자 디테일을 패키지에 반영했다.
바다 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령그물, 기업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다
버리진 폐어망은 화학 섬유 등으로 만들어져 영원히 썩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해양 동물들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그물이 버려지면 제기능은 더욱 자유롭고 순조로워 각종 생명을 가두고 잘라내며 위협한다. 국제포경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매년 30만 8천 마리 고래와 돌고래가 유령 그물에 희생된다고 한다. 다이버들의 몸에 얽히거나 선박 프로펠러에 감겨 사고를 일으키는 일도 잦다. 이런 바닷속 애물단지 그물이 자원으로 새활용 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2 시리즈(스마트폰), 갤럭시 탭 S8 시리즈(태블릿PC),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노트북PC)에 폐어망을 재활용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플라스틱 대비 약 25%의 이산화탄소(CO2)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모든 갤럭시 신제품에 재활용 소재 적용할 것이며 세계 MX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한 매립 폐기물 제로화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플리츠마마는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에서 폐어망 리사이클링 플리츠백을 공개했다. 이는 국내에서 수거한 폐어망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제품으로 만든 첫 사례로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인 폐어망 리사이클링 나일론 ‘마이판 리젠오션’이 업계 최초로 사용됐다. 자투리가 남지 않는 뜨개 공법을 적용하고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하는 등 친환경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는 시셰퍼드 글로벌과 함께 유령 그물 및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오션 버블 버디’를 선보였다. 비누가 무르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비누 받침이자, 비누를 잘게 갈아 족욕이나 애벌빨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솝 그레이터 역할을 한다.
에스티엔은 원양참치선망어업에서 사용된 후 방치되는 폐어망을 고품질 수산 기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탄소 발생 없는 친환경 업사이클 공법으로 제작되었고 로프 네트론, 기존 PP로프 대비 20% 이상의 강도와 3배 이상의 수명을 지녔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에 폐어망 재활용 원사로 제작한 카페트 등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곳곳에 녹여냈다.
업사이클 의류, 소재나 기능 디자인 면에서도 업↑
현재 패션 업계에는 지속가능패션 열풍이다.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거나 공정 무역을 중시한 지속가능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국내를 넘어서 세계적인 이슈라는 의미다. 패스트 패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캘빈클라인 진은 폐청바지를 재활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에코백을 만들었다. 사용한 데님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디자인이라도 마치 다른 상품을 보듯 각각의 묘한 개성이 숨겨져 있다.
플러스앤파트너스에서 전개하는 ‘디어라이프’는 전제품을 재활용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친환경 브랜드다. 문정욱 CD는 “디어라이프는 자연 생태계 복원을 지향하고 있으며 생분해 소재인 리에코텍스를 사용하고 있다”며 “가방이나 패치에 사용되는 에코가죽은 내구성이 강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재활용 의류를 분해해 실로 만든 섬유는 튼튼하며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 제약없이 보다 자유롭고 유연하다”고 밝혔다. 문정욱 CD는 제로웨이스트를 메인 콘셉트로 한 개인 브랜드 낫이너프워즈로 서울패션위크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래코드(코오롱인더스트리FnC)와 하이브의 음악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HYBE INSIGHT)’의 협업은 목적을 다한 방탄소년단의 무대 의상을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여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전파하고자 진행되었다. 염색되지 않은 산업용 에어백 소재의 가방은 방탄소년단이 무대에서 직접 입었던 의상을 해체하여 가방의 패치 디테일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모든 상품은 오직 하나 밖에 없는 유니크 피스로, 패치에는 숫자 ‘1’이 함께 표기됐다.
이처럼 진정한 가치소비를 유도하는 기업의 움직임은 환경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새롭고 자극적인 쾌락 보다 평범한 일상을 원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간파한 것으로 보여 진다. 2023년은 환경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 버려지는 것에 대한 가치를 찾고 발전해 나가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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