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硏 '실손보험 정상화' 정책 토론회
"손해율 낮추려면 연 21% 인상 불가피"
보험료 인상으로 가입자 부담 증가할 듯
실손의료보험 상품 출시 5년 후 최대 25%까지만 보험료를 올릴 수 있도록 정한 가격 규제를 자유롭게 풀어줄 것을 보험업계가 요구하고 나섰다. 내년도 실손의료보험 인상률을 둘러싸고 보험업계와 감독당국의 샅바 싸움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보험연구원은 8일 비대면으로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4세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0.4%였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127.9%로 집계됐다. 위험손해율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뺀 ‘위험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의 비율이다. 100%를 넘었다는 건 회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많은 보험금을 지불했다는 뜻이다.
발표자로 나선 김경선 연구위원은 “향후 5년 이내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을 100% 이내로 정상화하려면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같은 수준이 유지되면 향후 5년간 실손보험 누적 위험손실액이 30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지난 5년 실손보험 손실액은 약 11조 원이었는데, 앞으론 적자폭이 3배 가까이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실손보험에 대한 요율 조정 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연간 ±25% 범위로 정해진 보험료 조정 한도도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행 가격규제가 과도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결국 수익성 악화를 방치해 실손보험 상품 공급을 위축시키게 되고, 소비자들 역시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하거나 높은 보험료를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을 떠안게 될 수 있다고 김 위원은 설명했다.
파격적 규제 완화 주장은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 논의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험업계는 과잉진료, 의료쇼핑 등 도덕적 해이로 보험사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는 만큼 평균 10%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겉으론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업계와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인상 필요성 자체엔 공감하지만, 고물가로 인한 국민 고통을 감안해 폭을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세미나에선 실손보험 적자의 원흉으로 꼽히는 '비급여 의료비' 관리 방안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건강보험 급여비 청구 때 비급여 진료를 포함한 모든 진료비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신규 비급여 진료에 대한 사전승인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성희 선임연구위원은 “비급여 표준수가 가이드를 도입하고, 당국 차원의 관리주체와 사후 확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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