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확실성 대응능력 등 높은 평가"
사법리스크 턴 조 회장, 3연임 예상 뒤집혀
"세대 교체와 미래 위해 조 회장 용퇴"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추천됐다.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이 확실시되던 터라 업계에선 이례적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신한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회추위를 열고 진 행장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진 행장은 내년 3월 신한지주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한다.
앞서 압축 후보군으로 진 행장과 함께 조용병 회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선정됐다. 그간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점쳤다. 6월 채용비리 사건 무죄를 확정받으며 사법리스크를 덜어냈고, 올해 KB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등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그러나 이날 개별 면접에서 프레젠테이션(PT) 발표까지 마친 후 최종 투표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PT까지 한 것은 자신이 그린 그룹 청사진을 이사진과 공유하려는 취지로 알려졌다.
이후 조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후보군 명단을 보니 회장 후보로 육성하는 인물이 포함돼 있더라"며 "이 정도면 세대 교체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또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를 언급하며 "고객들이 피해를 많이 봤고,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난 가슴 아픈 일"이라며 "누군가는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룹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조 회장의 자진 사퇴를 예상치 못했다고 반응했다. 조 회장이 연임하고, 진 행장은 신설을 검토 중인 부회장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진옥동, 팬데믹에도 창립 이후 최대 실적"
진 행장은 내정 소감을 묻자 "조 회장님과 이사님들이 제게 큰 사명을 주신 것 같아 무거움을 느낀다"며 "고객 신뢰 회복이 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면접장에 올라갈 때까지 조 회장의 후보 사퇴 결심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1961년생인 진 행장은 상고 출신 은행원에서 은행장을 거쳐 4대 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1980년 기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고 1986년 신한은행으로 옮겼다. 일본에서만 18년 일한 '일본통'이다. 2014년 현지법인인 SBJ(Shinhan Bank Japan) 법인장을 맡았고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와 신한은행 부행장, 이어 지주 부사장이 됐다. 2019년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뒤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다.
성재호 신한지주 회추위원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 유효한 대응 역량과 함께 그룹 내·외부의 에너지를 결집·축적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 회장 후보에 대해 "지난 4년간 은행장으로서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유례 없는 상황에서도 차별적 전략과 위기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내실있는 견조한 성장을 이끌어 은행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고 강조했다. 앞서 SBJ은행 법인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지내며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 도덕성도 높이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확대 회추위 방식으로 최종 후보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승계 절차 전반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게 성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3월부터 후보군 점검 등 사전 절차에 돌입했고, 지난달부터는 50명에 달하는 그룹 내·외부 리더를 폭넓게 탐색·심의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회의에선 후보자 역량 종합 검토 및 개별 심층 면접을 실시한 이후 최종 표결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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