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고등학교 공론화로 드러난 '성희롱 교원평가'
"교사들, 심리 충격 방어하려고 교원평가 아예 안 봐"
"웃어넘기면 되지 않냐" 온라인 2차 가해도 심각
세종시의 한 고교생이 교사를 익명으로 평가하는 교원역량개발평가(교원평가)에 성희롱 덧글을 남긴 사건이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공론화됐다. 이후 다수 교원단체가 조사에 나선 결과, 젊은 여성 교사들을 표적으로 교원평가에서 인터넷의 '남초 커뮤니티'를 방불케 하는 성희롱과 외모를 품평하는 평가가 자주 올라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온라인에선 세종시 고교 성희롱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피해자는 2차 가해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아울러 해당 사건과 관련해 "어린 아이들이 장난으로 쓴 것일 텐데, 웃어 넘기면 되는 것 아니냐"는 형태로 형성된 일반적인 반응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성희롱, 외모 품평, 인격모독을 듣게 되면 1년 동안 내가 뭘 했나 굉장한 자괴감을 느끼면서 감정 소진이 오게 된다"면서 "한 번이라도 그런 교원평가 사례를 접한 경우에는 다시는 교원평가 열람 자체를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에 대해 "성희롱성 발언과 평가를 받고 나서 교실로 가서 그 아이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이 학생들 중에 누가 그랬을까 자꾸 생각이 나고, 솔직히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교육부 "필터링 강화" 답변에 "게임사도 못하는 필터링을 교육부가 어떻게 하나"
교원단체에 따르면 '성희롱 교원평가'는 사실상 교사들이 매년 말 교원평가를 받을 때마다 1∼2건씩은 접하게 된다. 실제 학생들의 교원평가 참여율은 전체의 20% 내외로 저조한 편인데, 특정 학생들이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게 되면 교원평가 내용의 대부분이 성희롱으로 뒤덮을 여지도 있다.
피해자들은 주로 연령층이 낮은 여성 교원이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피해자가 주로 여성인 이유는 초등학교(98.3%)와 중학교(77.1%), 고등학교(56%)에서 여성 교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연령층이 낮은 이유는 실제로 다수의 교사들이 성희롱성 평가를 받고 나서는 교원평가 자체를 열람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원평가는 학교별 전체 평균 점수가 정보공시를 통해 공개되지만, 개인의 경우에는 특별히 반영되는 것은 없고, 교사 개개인이 참고해서 활용하는 자료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교원평가를 통해 어떤 성찰을 하는지 실태를 보면 자괴감, 허무감 정도"라면서 "교사들이 교원평가로부터 받는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교원평가를 열어보지도 않는 사태까지 온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가 교원 개개인의 평가와 전문성 신장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문제에 대해서는 '필터링 강화'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일 이런 내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는데, 해당 교육부 블로그 포스트에는 납득할 수 없다는 네티즌의 반박이 줄을 잇고 있다.
김 대변인은 교육부의 입장에 대해 "게임회사에서도 완벽한 (욕설)필터링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필터링 시스템 하나만으로 이런 인격 모독이나 성희롱을 걸러낼 수 있겠다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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