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강도 봉쇄를 풀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을 틀어막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한 지 3년 만이다.
중국 국무원은 7일 한층 완화된 새로운 방역 조치를 발표했다. 민심의 분노가 정부의 결정을 앞당겼다. 집권 3기에 들어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민심 이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은 지난달부터 삼엄한 검열과 통제를 뚫고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를 벌여 왔다.
PCR 의무 해제...자가 격리도 허용
국무원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를 대부분 해제하는 것을 포함한 10대 조치를 발표했다. 그간 중국에선 24~72시간 전에 받은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공공장소 출입과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의료기관, 요양원, 학교를 방문할 때만 음성 증명을 하면 된다. 지역 간 이동을 할 때마다 PCR 검사 결과를 내거나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제한도 사실상 풀렸다.
중국에서 코로나19 격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 등이 증상과 상관없이 '팡창(方艙)'이라고 불리는 시설에 함께 격리됐다. 대부분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열악한 공간이었다. 국무원은 경증·무증상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에 대한 자가 격리를 허용했다.
백지 시위가 방역 완화 재촉
시 주석의 리더십 상처,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한 중국이 점진적으로 방역을 완화할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국무원은 지난달 일부 방역 완화 조치를 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달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봉쇄 때문에 화재 진압이 늦어져 10명이 사망한 것이라는 비판이 쇄도하면서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서 봉쇄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구호가 적힌 유인물을 들고 있다가 공안에 체포당할 것을 걱정한 중국인들은 백지를 들고 항의했다. '백지 시위'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이다. 중국 정부가 꿈쩍하지 않자 "공산당 물러나라" 같은 금기시된 구호까지 터져나왔다. 제2의 톈안먼 사태로 확산될 것이라는 말도 오르내렸다.
인민 통제에 익숙한 중국 정부는 당황했다. 시 주석은 이달 1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불만을 알고 있다고 언급하며 여론을 달랬다. 이어 더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약 일주일 만에 방역을 풀었다. 미국 CNN방송은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이 제로 코로나로부터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하고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급격한 방역 완화로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중증 확진자가 급증할 수도 있다. 열악한 중국 의료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국무원은 의약품 품귀 현상을 우려한 듯 '정상적인 약국 운영'과 '약국들의 의약품 구입 제한 금지'를 10대 조치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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