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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한 강변의 모습…세계의 애매모호함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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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한 강변의 모습…세계의 애매모호함을 그리다

입력
2022.12.08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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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봉 작가 14년 만의 개인전

이기봉 작가의 개인전 '웨어 유 스탠드(Where You Stand)'가 열린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 이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민호 기자

이기봉 작가의 개인전 '웨어 유 스탠드(Where You Stand)'가 열린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 이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민호 기자

안개가 자욱한 강변에 검은 나무의 형상이 떠오른다. 나무는 정말로 화폭에 떠 있다. 캔버스에 강변의 풍경을 그린 다음, 그 위에 1㎝ 정도 간격을 띄우고 붙인 합성섬유에 나무를 그렸기 때문이다. 합성섬유는 뒤가 비치는 반투명한 재질이어서 강변과 그 너머의 숲 풍경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모호한 현실 세계를 안개 속에 잠긴 강변의 모습으로 표현해 온 화가 이기봉의 개인전 ‘웨어 유 스탠드(Where You Stand)’가 서울 종로구의 국제갤러리와 부산의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열린다. 2008년 이후 14년 만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물가의 풍경을 담은 회화를 중심으로 5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2003년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에서 푸른 물을 담은 수조를 등장시키는 등 오랫동안 물과 그 주변 풍경에 천착해 왔다. 몽환적으로 그려진 나무와 물가의 풍경이 미술품 수집가들에게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사실 작가가 주목하는 대상은 안개 그 자체다. 작가가 그린 공간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그가 상상해낸 것이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가 본 세계가 정답이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의 독특한 시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들을 소개했다”면서 “세계가 무엇이냐 하면 좀 ‘애매하다’ ‘몽롱하다’ ‘아이고 이거 참 이거 어떡하지’ ‘여태까지 공부 많이 한 걸로 생각했는데 다 의미가 없네’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기봉 작가가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안개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이기봉 작가가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안개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이기봉 작가의 안개 그림은 원경을 그린 밑판에 플렉시 글라스(얇은 아크릴 판)를 깔고 거기에 다시 전경을 그리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김민호 기자

이기봉 작가의 안개 그림은 원경을 그린 밑판에 플렉시 글라스(얇은 아크릴 판)를 깔고 거기에 다시 전경을 그리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김민호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문자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연작들도 소개됐다. 어슴푸레한 배경에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를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찍어낸 작품들이다. 이 역시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 세계의 불명확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텍스트도 물 표면이라고 가정을 한 것”이라면서 “(비트겐슈타인의 글은) 우리 지성과 또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세상을 파악하려고 해도 우리는 어차피 문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언어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본질에 다가설 수 없다는 뜻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학자의 글이 작가의 그림과 맞닿는 지점이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대해서 “결국에 남는 건 내가 움직이는 느낌밖에 없더라”면서 “그래서 이 세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움직이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움직여라’라는 명령을 많이 내리는 편”이라면서 웃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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