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 등 의제 올라
3년 연속 연초 회의… "당과 주기 맞추기"
북한이 내년 1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혀 북한 내부로 유입되는 외부 문화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연초인 1, 2월 최고인민회의를 여는 건 지난해와 올해 이어 세 번째다. '연말 노동당 회의-연초 최고인민회의' 패턴이 정례화하는 모양새다.
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제14기 8차 회의를 내년 1월 17일 평양에서 소집하기로 하는 결정을 전날 채택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이다. 다만 주요 입법과 인사, 예산을 노동당이 통제하고 있는 만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주로 당 결정에 대한 형식적 추인이 이뤄진다. 이달 말 예정돼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 사업 방향이 정해지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를 채택하고 세부사항을 논의할 전망이다.
예고된 의제 중 눈에 띄는 것은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과 관련한 문제'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주민들에게 외래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청년층을 대상으로 '남친', '쪽팔린다' 등 남한식 말투와 호칭 사용을 단속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남한 드라마와 '불순녹화물(포르노)' 등을 시청하고 친구들에게 유포한 청소년들이 지난 10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처형되는 일도 있었다. 이번 회의에선 이 같은 외부 문화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의 개최 시점도 눈길을 끈다. 통상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연 1회 4월에 열거나, 9월 즈음에 한 차례 더 여는 일정을 택했다. 그러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1월에 회의를 개최했고, 올해에도 2월 초에 회의가 열렸는데, 내년에도 기조가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북한이 연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주요 정책 노선들을 확정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당 결정을 바로 추인해 정책 집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과거 당 전원회의 주기와 최고인민회의 주기가 엇갈렸던 부분을 조정하는 개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처럼 연말·연초에 부쩍 내부 체제를 정비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5일과 6일 한미의 통상적 훈련을 트집 잡아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방사포 사격을 재개하는 등 여전히 도발 카드를 버리진 않았지만, 국방과 경제 분야 5개년 계획 3년 차를 맞는 내년을 대비해 내부 결속에 보다 힘을 쏟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023년은 정권 수립 75주년, 전승절(정전협정 체결 기념일) 70주년 등 북한의 중요 정치 일정이 예정된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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