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北 정권·군에 대한 분명한 인식 포함"
문재인 정부 시기 빠졌던 '적' 표현 부활 가능성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敵)”
국방부가 북한을 우리의 ‘적(敵)’이라고 명시한 국방백서를 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 초안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초 발간하는 2022 국방백서에 해당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이 아닌 애매모호하게 표현한 지 6년 만이다.
전하규 국방부 공보담당관 직무대리는 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포함한 군사적 도발과 위협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 발간할 '2022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포함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직무대리는 “이번 2022년도 국방백서에 어떻게 (표현을) 담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5~2000년 국방백서는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적시했다. 하지만 2000년 6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2004년 국방백서에서부터 북한을 ‘직접적 군사위협’ 등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엔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란 표현을 썼다.
이후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등이 발생하자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다시 등장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발간된 2018ㆍ2020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표현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2020년 국방백서엔 북한에 대한 명시적 언급조차 없이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표현만 담겼다.
정권 교체 이후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이라고 명시할 가능성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1월 14일 페이스북에 “북한은 주적”이라는 다섯 글자 메시지를 발표했다. 대통령 당선 후인 4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첫 외신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유예한다는) 모라토리엄을 파기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한국을 향한 핵 위협을 높였다”며 “북한은 주적”이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 대통령 취임 직전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방백서 등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역시 장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은 우리의 분명한 적”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과거처럼 '주적'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 소식통은 "주적이라는 개념은 너무 올드하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담기더라도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가진 이중적 성격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국자는 “북한은 현존하는 군사적 위협이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라며 “국방 당국에서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군이 가진 임무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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