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약사단체 갈등에 환자는 배제
"가격 보고 선택할 수 있어야… 신뢰성 향상 필요"
"약가 거품 빠져야… 저가약 조제 장치 마련해야"
서울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지난해 인근 병원에서 3개월 동안 품절된 위장약을 처방해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병원 측에 의약품 품절 사실을 알렸으나 병원 측은 처방을 바꾸는 대신 약국에 대체조제를 요구했다. A씨는 환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대체조제를 했지만, 처방약이 바뀌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일부 환자들은 처방약을 찾아 다른 약국으로 이동했고, "왜 약을 준비해놓지 않아 불편하게 하느냐"는 항의까지 들어야 했다.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는 상품명 처방 또는 성분명 처방의 직접 영향을 받는 주체는 소비자임에도 정작 의약계의 갈등에 소비자가 배제돼 있다고 주장한다. 상품명 처방은 현행처럼 의약품 명칭으로 처방하는 방식이고, 성분명 처방은 의약품 이름이 아닌 성분으로 처방한 뒤 약국에서 특정 의약품을 선택해 조제하는 방식이다. 가령 병원에서 아세트아미노펜 650㎎을 처방하면 약국에서 타이레놀8시간이알서방정이나 타세놀8시간이알서방정, 써스펜8시간이알서방정 등 아세트아미노펜 650㎎ 성분으로 만들어진 의약품 중 하나를 골라 조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의사단체와 약사단체가 서로 목소리를 높일 뿐 소비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는 "양측 모두 환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환자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진 않는다"며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공론화 장에 환자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약을 소비하는 주체인 환자에게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도록 제반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분명 처방을 하게 되면 환자가 저렴한 약을 취급하는 약국을 선택하거나, 특정 약국에서 보유한 의약품 중 저렴한 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엄격한 기준에 의해 제네릭 의약품을 만들고, 환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안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제약사의 병원 리베이트 비용 등이 약값에 포함돼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어 약가 거품을 빼는 게 중요하다"며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더라도 국민에게 편익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저가약을 중심으로 조제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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