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두 번째 사극 '슈룹'으로 입증한 대배우의 품격
현장부터 성적까지 모두 다 '윈윈'
후배 연기자들, 입모아 롤모델 삼는 이유
우산의 옛말인 '슈룹', 배우 김혜수는 이 드라마의 '슈룹' 같은 존재다. 극을 이끌면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고, 또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김혜수의 선택이 이번에도 옳았다는 것이 다시금 입증됐다.
지난 3일 tvN '슈룹'의 마지막 회가 전파를 탔다. '슈룹'은 자식들을 위해 기품 따윈 버리고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린다.
이날 방송에서 화령(김혜수)는 자식들을 지켰고 이호(최원영)은 자신의 과거를 반성, 늦게나마 모든 것을 바로잡았다. 앞서 역모에 가담한 의성대군(강찬희)을 참형에 처하라는 상소가 이어졌다. 대비(김해숙) 역시 이호에게 의성대군을 참형시켜야 한다고 강요했으나 이호는 의성대군 역시 자신의 자식이라고 감쌌다.
이에 대비는 세자빈 탕약에 독을 넣을 계획을 짰다. 여기에 무안대군(윤상현)의 숨겨진 아이 존재까지 폭로하면서 또 다시 화령을 궁지로 넣었다. 결국 화령은 이호를 찾아가 과거를 청산하고 진실을 바로잡아달라고 호소했다. 화령이 건넨 세자 독살 증거를 받은 이호는 대비를 만나 죄를 물었다. 결국 대비는 대례복을 입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들은 화령은 "이제 마마의 시대가 끝났다"면서 큰 절을 올렸다.
이후 평화가 찾아왔다. 계성대군(유선호)는 행복을 찾겠다며 궁을 떠났고 무안대군은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로 남았다. 세자인 성남대군(문상민) 역시 세자빈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화령은 대군들의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궁궐을 바삐 뛰어다니는 하루를 보냈다.
김혜수라는 배우의 존재감
"중전은 극한직업이다"고 외치는 국모의 모습은 꽤 신선한 충격을 남겼다. 후궁들의 조소를 받고 또 대비의 견제를 받는 중전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조선시대 세계관에서 다소 맞지 않는 설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가운데 '슈룹'은 퓨전의 장점을 한껏 살리면서 독창적인 이야기를 선보였다. 여성 연대와 성정체정 등 다양한 소재를 사극 안에서 자연스럽게 결부시켰고 나름의 메시지를 완성했다.
김혜수는 극중 '어미'이자 '중전'의 역할을 오롯이 해냈다. 이야기를 이끄는 원톱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며 김혜수가 갖고 있는 진가를 다시금 인정하게 만들었다. 김해숙과 대적하면서 아들들에 대한 모성애를 발휘하는 화령을 두고 김혜수가 아닌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과거 사극에서 수동적으로 그려졌던 여성 캐릭터의 틀에서 벗어나 직접 발로 뛰는 중전을 소화,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주체적인 여성상을 대표하는 화령은 김혜수를 만나 훨훨 날았다. 최근의 사극에서도 중전은 주로 앉아서 계략을 짜는 인물로 그려지곤 했다. 반면 '슈룹'의 화령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궁궐 곳곳을 뛰어다니고 때론 비를 맞으면서 자존심을 굽히는 이색적인 인물이다. '슈룹'은 화령을 두고 '궁궐에서 가장 발 빠른 중전'이라고 표현했다. 추진력과 결단력, 또 마지막회까지 부지런히 뛰는 화령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현장에서 김혜수는 이상적인 주연, 또 선배 연기자로 남았다. 함께 호흡한 후배 배우들은 김혜수에게 적잖은 에너지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김혜수가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큰 기둥으로 남아있는 까닭이다.
그간 영화 '타짜' '관상' '도둑들', 드라마 '시그널' '직장의 신' '하이에나' 등 다수의 흥행작을 내놓은 김혜수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특히 '슈룹'은 김혜수가 '장희빈' 이후 20년 만에 선택한 사극이기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여기에 김혜수와 '슈룹'은 한껏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킨 모양새다. 이는 시청률과 글로벌 OTT 순위로 입증됐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슈룹'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16.9%, 최고 18.8%를 기록, 수도권과 전국 기준 모두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슈룹'은 지난 11월 7일부터 27일까지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월 24일부터 11월 27까지 총 5주간 누적 시청시간은 6,433만 시간에 달한다.
전세계 콘텐츠 리뷰를 살펴볼 수 있는 IMDB에서는 '슈룹'의 흥미로운 전개, 배우들의 열연, 드라마 속의 풍경과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담은 의상, 소품 등을 언급,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은 끝났지만 '슈룹'의 성과가 여전히 진행되리라는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