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구로병원이 알려주는 건강 정보] 최미현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
눈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黃斑ㆍyellow spot)은 시세포가 밀집돼 빛을 선명하고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황반에 이상이 생겨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 황반변성이 심해지면 실명할 수 있다.
고령인에게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고도 근시 등이 있으면 젊은 사람 역시 발병 가능하다. 유전ㆍ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흡연ㆍ자외선 노출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황반변성이란.
“눈의 뒤쪽, 즉 눈의 가장 안쪽에 있는 신경세포가 얇은 막으로 형성돼 있는 조직이다. 황반은 이 망막의 중심부로, 색깔을 구분할 수 있는 시세포인 원뿔세포가 황반에 매우 빽빽하게 존재한다. 황반변성이라 함은 넓은 의미에서는 황반에 생기는 여러 가지 질환들을 말한다. 실제 안과에서 지칭하는 황반변성은 대부분 ‘나이 관련 황반변성(노인성 황반변성ㆍAMD)’이다. 나이 들면서 황반의 시세포와 이외의 망막 구조가 망가지고, 위축되고,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기도 한다.”
-황반변성은 고령인에게 주로 나타나나.
“황반변성은 노인성 질환으로 선진국에서 특히 실명의 가장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황반변성은 고령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고령화 사회에서 유병률이 더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40세 이상에서 1만 명 당 36명 정도가 황반변성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병률은 60대 이상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며,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서는 발병률이 전체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나 유병률이 1만 명당 100명 이상이다. 이는 결국 100명당 1명 정도라는 뜻이다. 초기 단계라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지 않은 환자들을 고려하면 실제 유병률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료 발달로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고령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황반변성도 증가하고 있다.”
-발생 원인은 무엇 때문인가.
“황반변성 발병 원인은 단연코 고령이 가장 큰 원인이다. 유전적 소인, 환경적 영향(흡연, 비만, 심혈관 질환, 고혈압, 포화지방 섭취, 가족력) 등이 관련 있다고 보고 된 바 있다. 또한 황반변성의 타입 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 남성 유병률이 높은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성이 흡연과 나쁜 식습관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유형은 여성이 높기도 하다.”
-어떤 증상 나타나면 황반변성을 의심해야 하나.
“시세포와 망막 구조가 위축되는 것을 '건성(dry) 황반변성',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기면서 물이 차오르고 출혈이 발생하는 것을 '습성(wet)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황반변성의 초기 증상은 선이나 물체가 휘어 보이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TV를 시청하는데 자막이 휘어져 보인다거나, 사람 얼굴을 볼 때 중심부가 흐리거나 일그러져 보이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두 눈을 뜨고 보기에 이러한 초기 증상을 놓칠 때가 많다.
습성 황반변성이 시작돼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이를 방치하면 망막 내 삼출, 출혈 등으로 인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심하면 실명도 될 수 있다. 황반변성 초기 소견을 보이는 환자에게 ‘암슬러 격자표’를 제공해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고 병원에 찾도록 하고 있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건성 황반변성은 현재 뾰족한 치료법은 없다. 다만 식단 조절 및 생활 습관 조절로 진행을 억제한다. 보조적으로 루테인ㆍ지아잔틴을 복용함으로써 습성 황반변성 진행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건성이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생선ㆍ채소ㆍ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식사를 늘리고, 붉은 고기ㆍ포화지방ㆍ고콜레스테롤이 많은 식단은 줄여야 한다. 또한 흡연이 황반변성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습성 황반변성이라면 비정상 혈관이 황반에 발생한 것이 원인이기에 비정상 혈관을 억제하는 약물을 안구 내에 주사해 치료한다. 비정상 혈관을 억제하는 약제는 안구에 주입하면 대개 1~2개월 후에는 효과가 없어지므로, 대부분 반복적으로 주사 치료를 해야 한다. 주사 치료는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진행되는 간단한 시술로 점안액으로 안구를 마취하고 주사제를 주입하며, 통증도 거의 없고 곧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이 갑자기 악화되면 망막 내에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이때는 수술로 출혈을 제거해주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신생 혈관을 직접적으로 레이저 치료하기도 하지만, 황반변성으로 인해 생기는 신생 혈관은 시력 중심부에 생기므로 레이저 치료 후 중심 시력이 심하게 떨어질 때가 많아 레이저 치료는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이전에는 안구 내 주사 종류도 한정적이었고 주사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뾰족한 치료법이 없어 시력이 점점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안구 내에 주입하는 주사 종류도 다양해지고, 황반변성 타입에 따라 어떤 주사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져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다. 주사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황반변성이라면 신약을 활용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나.
“황반변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러나 초기 황반변성은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있다. 첫 번째가 생활 습관 개선이다. 무엇보다 담배를 피운다면 금연해야 한다. 또한 붉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생선과 녹황색 채소 섭취를 늘리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올리브 오일을 비롯해 채소, 과일, 통곡물 등을 많이 섭취하는 이른바 ‘지중해식 식단’이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된다고 입증돼 있다. 따라서 지중해식 식단처럼 당류ㆍ고기류 섭취는 줄이고, 올리브오일ㆍ과일ㆍ채소ㆍ통곡물 섭취는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는 루테인ㆍ지아잔틴 복용이다. 이것들은 흔히 ‘눈 건강 영양제’로 알려져 있는데, 루테인ㆍ지아잔틴 복용은 초기 황반변성일 때 나쁜 신생 혈관이 발생하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악화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황반변성 진단을 받으면 실명된다는 생각에 환자 대부분이 절망하고, 여러 번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치료를 포기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모두 실명하는 질환으로 여겨 안과 의사조차도 시력 개선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항 혈관 내피세포 인자’ 주사제가 나와 습성 황반변성이라도 시력을 유지하거나 호전할 수 있다. 이 같은 효과가 10년 이상 장기 관찰에서도 입증됐다.
지금도 새로운 약제와 약제 주입기기가 발전하고 있어 더 효과적이고 편리한 치료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망막은 뇌와 마찬가지로 신경조직이므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신경이 손상되면 치료해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따라서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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