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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벌써 1,374만 명…국민 27.7%가 '고혈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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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벌써 1,374만 명…국민 27.7%가 '고혈압'

입력
2022.12.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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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질환의 35%가 고혈압 때문에 발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매년 12월 첫째 주(올해는 11월 27일~12월 3일)는 고혈압 관리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고혈압 주간’이다. 혈압이 수축기(최고) 120/이완기(최저) 80㎜Hg 미만이면 정상이다. 그러나 140/90㎜Hg 이상이라면 고혈압으로 진단된다. 130~139/80 이상 ㎜Hg이라면 ‘고혈압 전(前) 단계’로 분류한다.

고혈압은 성인 3~4명 중 1명이 갖고 있는 국민 질환이다. 지난해 기준 20세 이상 인구 중 고혈압 환자는 1,374만 명(유병률 27.7%)이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20세 이상에서 고혈압 환자는 29%로 3명중 1명꼴이지만 치료율은 63%, 조절률은 47%에 그치고 있다.

김광일 대한고혈압학회 정책이사(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생활 습관 변화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고혈압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젊은 층의 고혈압 증가와 코로나19 유행으로 운동 부족, 비만 인구 증가로 인한 만성질환 우려에도 관심과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혈관 질환 절반은 고혈압이 원인… 동맥경화도 유발

고혈압은 혈관 벽을 밀어내는 피의 압력이 높아 중요한 장기인 심장ㆍ뇌ㆍ콩팥ㆍ눈 등을 손상시킨다. 특히 뇌혈관 질환의 50% 정도는 고혈압 때문에 발생한다. 심장병의 30~35%, 만성콩팥병의 10~15%도 고혈압이 원인이다. 실제 급성 심근경색은 겨울이 여름보다 50% 정도 더 많이 발생하고, 사망률도 9% 더 높다.

겨울철 활동이 줄고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혈관벽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오른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Hg, 이완기 혈압은 0.6㎜Hg 올라간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혈관이 수축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잠에서 막 깨어난 아침에는 정상인도 어느 정도 혈압이 올라가지만 고혈압을 오래 앓은 사람은 더 심할 수 있다.

전두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동맥경화는 목숨을 빼앗아 가는 3대 질환 중 심장 질환과 뇌혈관 질환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고혈압을 잘 관리하면 심장 질환과 뇌혈관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일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 마비, 치매,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등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고혈압을 잘 조절하면 심근경색은 15~20%, 심부전은 50%까지 예방이 가능하다.

정경태 을지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실제 평균 수축기 혈압이 2㎜Hg 감소할 때마다 허혈성 심장병 위험은 7%, 뇌졸중 위험은 1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고혈압 진단ㆍ치료ㆍ예후 평가에 가장 기본 되는 것은 정확한 혈압 측정”이라며 “40세 이상ㆍ비만ㆍ고혈압 가족력ㆍ고혈압 전 단계라면 매년 진료실에서 혈압을 측정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심뇌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9가지 생활 수칙’을 통해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다면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하며, 금연, 절주, 식생활 개선 등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고위험군(허혈성 심장 질환 가족력,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당뇨병 등 복합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이라면 필요 시 저용량 아스피린 같은 의약품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을 경험한 적 없는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1차 예방 효과’와 심혈관 질환을 경험한 환자에서 혈전 생성을 억제해 심근경색ㆍ뇌경색 등의 위험을 줄이는 ‘2차 예방 효과’도 있다.

정경태 교수는 “고혈압이고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이라면 저용량 아스피린과 같은 약물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며 “특히 저용량 아스피린을 먹고 있다면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정 혈압', 하루 2회 정도 측정하는 게 좋아

겨울철에 고혈압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체온 유지에 힘써야 한다. 외출 시에는 두터운 외투를 비롯해 모자·장갑·목도리를 챙긴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실외 운동을 삼가고 실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철은 혈압을 올리는 나쁜 생활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당연히 금연하고 절주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던 사람이 금주를 하면 수축기 혈압은 3~4㎜Hg, 이완기 혈압은 2㎜Hg 정도 떨어진다.

그러면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이 각각 6%, 15% 줄어들 수 있다. 반면 하루 3잔 이상 음주하면 마시면 혈압이 올라가 심근경색ㆍ뇌졸중ㆍ심부전ㆍ부정맥 등이 생길 가능성이 커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자신의 혈압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 집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가정 혈압’은 하루 2회 정도 측정(아침 식전과 취침 전)하는 것이 좋다. 3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측정하고 최소한 30분 전에는 흡연, 커피, 식사, 운동을 금한다.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은 뒤 팔을 책상 위에 놓고 심장 높이에서 측정한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한 상태에서 각각 2분 간격으로 2회 측정한다. 한 번 측정하기 시작하면 7일 연속으로 측정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 10명 가운데 6.5명 정도가 가정에서 혈압을 따로 측정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고혈압학회 소속 가정혈압포럼이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 혈압 측정 인식 조사 결과다.

김철호 대한고혈압학회 가정혈압포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교수)은 “고혈압 증상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심뇌혈관 질환 발생 및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이는 무서운 질병”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가정 혈압 측정은 높은 재현성과 함께 동일 시간대의 혈압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진료실 혈압만으로 쉽게 진단할 수 없는 백의(白衣) 고혈압과 가면(假面) 고혈압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므로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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