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추워도 어쩔 수 없어요. 손님 한 명이 아쉬운 마당에 문 닫아놓고 무슨 수로 장사를 합니까?”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가에서 만난 상인 김모(67)씨는 “문을 열어 둔 채 영업하면 춥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전국적으로 한파특보가 내려진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9도를 기록했고, 바람이 더해지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15도까지 떨어졌다. 김씨는 “경기가 너무나 어려운 요즘 같은 때에 상인들에게 에너지 정책을 논하는 건 아무런 현실성이 없다”면서 “일하는 점원들도 당장 조금 춥더라도 손님 많이 들이고 매출 높이 올려야 나중에 월급 받을 때 떳떳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난방기를 가동한 채 영업하는 이른바 ‘개문난방’을 상인들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명동 주요 상가 밀집 지역인 명동8길 일대 250여m 구간(명동길~명동8나길)을 살펴봤다. 총 25곳이 개문난방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출입문을 닫은 상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개문난방은 점주 입장에선 딜레마다. 출입문을 닫자니 손님을 놓칠까 봐 걱정이고, 문을 열고 영업을 하자니 난방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개문난방의 피해자는 종업원들이다. 매장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은 탓에 종일 추위에 덜덜 떨며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근무하는 이들도 패딩 점퍼, 장갑, 머플러 등 방한용품은 기본이다. 문 앞에 나와 호객에 나선 점원도 있었는데, 이들은 틈날 때마다 난로로 다가가 언 손을 녹였다.
한 프랜차이즈 생활건강용품 매장에서 근무 중인 종업원 A씨는 “물론 추운 날씨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문을 열어 둘 수밖에 없다”면서 “우린 추운 줄 모르고 일한다”고 속삭여 말했다. 그의 머리 위로 빼곡하게 들어찬 냉난방기에서는 더운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해당 업계 관계자 B씨는 “우리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면서 “기본적인 방침은 문을 닫은 채 영업하는 것이며,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주기적인 환기 차원에서 문을 여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전력수급대책 점검회의에서 내년 1월 셋째 주에 최대 전력수요가 90.4∼94.0GW(기가와트)까지 늘며 피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록한 역대 전력수요 최고치(90.7GW)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인해 불안정한 액화천연가스(LNG)·유연탄 수급과 돌발 한파에 따른 갑작스러운 전력수요 증가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전력수급에 온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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