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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탄소중립 선언…친환경으로 경쟁력 키운다

입력
2022.12.08 09:00
수정
2022.12.08 15:0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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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의 무대' 해변 정화 활동부터
넷제로 선언 달성 위한 세부 전략도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 설치 세계 1위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8월 강원 속초시 한 해변에서 정화 활동을 한 뒤 인증 사진을 올린 '비치코밍' 캠페인 참가자들. HMM 제공

8월 강원 속초시 한 해변에서 정화 활동을 한 뒤 인증 사진을 올린 '비치코밍' 캠페인 참가자들. HMM 제공


8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해변에서 바다 표류물과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의 인증 사진이 여럿 올라왔다.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미리 전달받은 목장갑을 끼고 생분해 봉투에 쓰레기를 모으는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 캠페인의 이름은 비치코밍(beachcombing). 해변(beach)을 빗질(combing)하듯 해운업의 무대인 바다의 환경을 지키는 해변 정화 활동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의 비치코밍 캠페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임직원과 SNS를 통해 참여한 일반인을 합하면 매년 300명 이상이 힘을 보탰다.

회사는 바다를 깨끗하게 하는 캠페인부터 글로벌 선사로서 항해하는 세계 곳곳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한다. 컨테이너를 보유한 해운업의 장점을 활용해 국제 구호물자 운송을 돕는 일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물류대란으로 구호물품을 운송할 배를 구하기 어려워지며 국제 구호 활동이 크게 위축되자 HMM은 비영리기구(NGO)와 손을 잡고 요르단과 베트남으로 향하는 구호 물품을 실어날랐다. 해상운송뿐 아니라 통관, 내륙 운송까지 책임지며 필요한 물자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게 애썼다.



10년 동안 치킨게임 벌인 해운업계, '친환경'이 생존 과제

탄소 배출 저감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HMM의 선박 '알헤시라스호'. HMM 제공

탄소 배출 저감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HMM의 선박 '알헤시라스호'. HMM 제공


지난 10년 동안 해운업계에선 몸집 키우기 경쟁이 치열했다. 더 많은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더 큰 배를 만드는데 집중했고, 사생결단하듯 운임을 낮췄다. 대형 해운사의 치킨게임으로 건실했던 국내외 해운사들이 경쟁에서 밀려 사라지는 아픔도 겪었다.

이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해운업계는 이제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이런 국제적 흐름에 맞춰 HMM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저감을 위한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국내 해운선사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배출 중립 목표인 '넷제로(net zero)'를 선언했다. 넷제로란 회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제거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더했을 때 총합(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도 세웠다. 선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해 네 가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①선박 운항 기술을 발전시켜 온실가스를 줄이고(Green Operation) ②친환경 고효율 기술을 선박에 적용(Green Tech) 하는 한편, ③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기준을 채운 선박을 확보·개조(Green Design)하고 ④2030년까지 저탄소·무탄소 선박을 새로 만드는 방안까지 검토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전략(Green Energy)이다.



친환경도 '글로벌 톱티어' 수준으로

HMM 선박에 설치된 황산화물 저감장치 스크러버. HMM 제공

HMM 선박에 설치된 황산화물 저감장치 스크러버. HMM 제공


성과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지난해 회사가 선박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2008년 대비 약 57% 줄었다. 이런 흐름이라면 2030년까지 약 70% 감축한다는 목표의 실현 가능성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선박 외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관리한다. 기업의 소비 전력을 줄이고 자동차 등의 운송 수단이나 사내 비품을 쓸 때에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주요 선사들 중 탄소배출 감축에 가장 앞장선 해운사"라는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연합체인 '세계 벤치마킹 연합(WBA)'의 평가는 이런 회사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WBA는 전 세계 90개 운송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 지표를 평가하고, HMM을 탄소저감 항목에서 해운업계 1위로 뽑았다.

탄소저감뿐 아니라 주요 대기오염 물질로 꼽히는 황산화물 배출을 줄이려는 HMM의 노력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황산화물을 적게 배출하도록 하는 장치(스크러버)의 설치율은 80%로, 전 세계 평균 32%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해양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를 모든 컨테이너 선박에 일찌감치 설치하기도 했다. 항만에 정박할 때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선박 내에서 발전기 대신 육상 전력을 사용하는 육상전원 공급장치(AMP) 설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2019년에는 미국 오클랜드 항만으로부터 1년 동안 100% AMP를 사용한 선사에게 주는 '친환경 우수선사'에 이름을 올렸다.

HMM이 친환경 연료 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①친환경 수소 연료 선박 연구·개발(R&D) 플랫폼을 마련하고 ②신바이오 디젤 기술 생산 개발 등 국책 과제에 참여하는 한편, ③바이오 중유 선박 실증 업무협력 ④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벙커링 컨소시엄 협약 체결 등 관계사들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7월 회사가 발표한 중장기 경영전략에서 "컨테이너 선단을 현재 약 80만TEU(20ft 컨테이너)에서 120만TEU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는데, 여기엔 단순히 규모뿐 아니라 친환경 선박을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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