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욱 인하대 로스쿨 교수 인터뷰]
총리실 청소년위 폐지 후 기능 이관 실패 전례
범죄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완전 분리후 지원
촉법소년 연령 하향 주장은 무책임
전자발찌는 동종 재범률 막는 데 큰 효과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가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사회적으로 찬반양론이 뚜렷하게 갈리는 사안이지만 정부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그간 여가부 문제는 주로 성평등과 여성인권 관점에서 다뤄져 왔다. 그러나 원혜욱(60)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 관점에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과 법무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 한국피해자학회장 등을 지낸 원 교수는 최근 전자감독제 안정적 정착에 기여한 공로로 법무부 범죄예방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원 교수를 지난달 28일 만나 여가부 존치 이유를 들어봤다.
-여가부가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범죄 피해가 우려되거나 범죄로 확정되기 전 단계의 여성과 아동 피해자는 법무부나 보건복지부가 보호할 수 없다. 성범죄 피해자 상당수는 초기부터 심리치료 등 지원을 받길 원하지만, 법무부 피해자 지원은 형사절차가 끝난 뒤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아동 및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관리 부처는 여가부다. 아동학대에 대한 복지부 대응도 보육 등 복지 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문제점들을 보완하겠다고 하는데.
"과거 국무총리실 산하에 청소년위원회가 있었다. 독일 청소년국처럼 청소년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조율하는 독자적 기구였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폐지됐다. 당시에도 다른 부처에서 청소년위 기능을 나눠 할 수 있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여성 고용 관련은 고용노동부로, 아동·청소년 권익 관련은 복지부로 보낸다고 하는데, 기능을 온전히 옮기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범죄 피해자보호 현실은.
"최근 법과 제도는 거의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았다. 다만 여전히 가정폭력·스토킹·데이트폭력·사이버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한 게 현실이다. 보복·강력범죄로 이어지거나 피해자가 비난받고 가해자가 옹호받는 경우를 흔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완전히 분리해 피해자 치료·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게 해야 한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도 반대했다.
"형사 책임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문제를 소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같다. 무책임하다. 영국·미국 등에서도 한때 '소년범죄를 엄벌하라'는 요구에 따랐지만, 2000년대 들어 다시 치료와 교육 중심인 보호주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통계를 보면 소년범죄 대부분은 절도다. 저연령화·흉포화라는 주장은 과장이다. 심각성을 부각시켜 혐오의 틀에 가둬선 안 된다.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 재범을 방지하고 예방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모색이 우선돼야 한다. 촉법소년의 경우 교육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커 또래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국내외 연구가 있다. 교육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게 최근 세계적 경향인데 우리는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답답한 마음이다."
-내년이면 전자발찌 도입 15년이다. 재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전자발찌 제도를 처음 시행한 영국 사례를 참고해 2008년 전자발찌를 도입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몇 년 전 영국에서 우리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을 정도로 기술 발전도 빨랐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부착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종종 나오지만, 동종 재범률이 성폭력은 8분의 1, 강도는 75분의 1로 감소하는 등 억제 효과가 상당하다. 감옥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리적 부담이 큰 데다 시간과 장소를 특정해 범죄를 막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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