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망북지구에서 추진 중인 민간 공원(봉화산공원) 조성 특례 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민간 사업자가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는데도 순천시가 사업 계획을 인가해 준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이었던 봉화산공원에 대한 정부의 공원 지정 효력이 사라지게 돼 난개발 우려가 현실화했다. 특히 순천시는 봉화산공원과 맞붙은 삼산공원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 없이 아파트 공사를 진행했다가 땅 주인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뒤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터라, 이번 판결이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법원 제2부는 1일 망북지구 땅 주인 21명이 순천시를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 결정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을 광주고법이 원고 승소 판결한 데 대해 순천시가 제기한 상고를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앞서 광주고법 행정1부는 6월 9일 항소심에서 "순천시의 봉화산공원 사업 실시 계획 인가 처분은 무효"라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봉화산공원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순천시의) 실시 계획 인가 처분이 이뤄졌다"며 "이런 하자는 법규 중요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이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해 당연 무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땅 주인들은 "민간 사업시행자 이수산업개발이 실시 계획 인가 처분의 전제 조건인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순천시가 인가한 실시 계획은 무효"라고 소송을 냈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순천시의 실시 계획 인가 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순천시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실효제도(일몰제) 시행 하루 전인 2020년 6월 30일 이 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인데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이수산업개발에 실시 계획을 인가해 줬다. 비공원시설 부지(7만153㎡)에 아파트 979가구를 짓고 나머지 33만475㎡를 공원으로 만들어 기부채납한다는 내용이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공원시설 면적 합계가 10만㎡ 이상이거나, 공원 및 비공원시설 구역의 합산 면적이 10만㎡를 넘으면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도 같은 사업자가 동일 영향권역에서 같은 종류의 사업을 하는 경우 각 사업 규모의 합(合)이 평가 대상 규모에 이르면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했다.
순천시는 2016년 11월 봉화산공원과 이 공원에서 30m 떨어진 삼산공원(사업부지 9만3,139㎡)을 단일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한양과 H사로 구성된 한양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듬해 9월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두 공원 사업을 분리했다. 이에 한양컨소시엄은 2018년 12월 삼산공원 사업 시행자인 순천공원개발을 먼저 설립한 뒤 2020년 3월 이수개발산업을 만들었다. 봉화산공원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두 공원 조성 사업의 추진 경과와 각 사업 시행자 지정 경위 등에 비춰 보면 두 사업은 실질적으로 한양컨소시엄이 시행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해 시행령에서 규정한 '같은 사업자' 요건을 충촉한다"며 "또 두 공원은 동일 영향권에 해당하고, 두 공원 사업 부지의 합도 평가 대상 규모 10만㎡를 넘어 봉화산공원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순천시의 섣부른 행정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순천시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당장 봉화산공원은 일몰제 시한을 넘긴 탓에 공원 지정이 실효돼 난개발 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순천시는 특히 이번 판결의 불똥이 삼산공원 사업으로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순천시는 봉화산공원 사업과 마찬가지로 환경영향평가 대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순천공원개발에게 실시 계획 인가를 내줬다가 땅 주인들로부터 실시 계획 인가 처분 등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당했다. 이 소송은 이달 22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지만 해당 재판부 재판장이 봉화산공원 사업 소송 1심 판결(실시 계획 인가 취소)을 내렸던 재판장이어서 재판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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