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탈취로 미사일 개발자금 30% 충당
FTX 파산으로 북한도 1억 달러 손실
거래소 보안 강화로 해킹 사업 난항 전망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의 파산으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면서, '가상화폐 해킹'을 주요 돈벌이로 삼아왔던 북한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외화벌이 통로가 막히자, 해킹을 통해 1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를 훔치고 이를 핵과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지금까지 10억 달러 탈취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29일(현지시간)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맷’에 'FTX 붕괴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FTX 파산을 계기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주요 돈벌이로 가상화폐에 의존했던 북한의 전략에 큰 차질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스탠거론 국장에 따르면 북한은 마약 거래와 위조지폐 밀매 등 기존의 불법 외화벌이 수단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막히자, 지난 2017년 상대적으로 손쉬운 돈벌이인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에 눈을 돌렸다. 북한은 2020년에 약 3억 달러(약 4,000억 원), 2021년에 약 4억 달러 등 지금까지 총 10억 달러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해킹으로 훔쳤다.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은 △저비용성 △익명성 △높은 수익성 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자금을 마련하는 북한에 매력적인 사업이다. 북한 해커들은 피싱과 악성코드 등을 이용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탈취한 뒤 이를 북한 해커 소유의 지갑으로 송금했다. 이후 가상화폐를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믹싱 기술로 자금을 세탁, 현금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킹한 돈으로 미사일 개발...올해 60발 발사
북한은 이런 가상화폐 탈취를 통해 막대한 자금이 드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우 한 발에 2,000만 달러,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도 한 발에 300만 달러가 필요하다. 국제 제재 속에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국경도 봉쇄해 무역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북한엔 감당할 수 없는 자금 규모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17.3% 감소한 걸로 추정됐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연간 최다 기록이었던 2019년(25발) 대비 2배가 넘는 약 6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가상화폐 해킹을 통해 돈을 조달했다는 얘기다. 앤 뉴버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은 현재 가상화폐 탈취를 통해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의 3분의 1을 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가격 급락...북한도 1억 달러 넘게 손실
그런데 FTX의 파산으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북한도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 가상화폐 분석기업인 '체인애널리시스'는 "최근 심화하는 가상화폐 가격 급락으로 북한이 미처 현금화하지 못한 가상화폐의 가치가 지난해 기준 1억7,000만 달러에서 5,400만 달러로 곤두박질쳤다"고 전했다.
특히 FTX 파산이 업계 전반에 피해를 입히면서 미국 가상화폐 대부업체인 ‘블록파이(BlockFi)’가 파산을 신청하고, ‘제네시스(Genesis)’가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가상화폐 가치는 앞으로도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어서 북한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가상화폐 가격이 다시 상승한다고 해도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 사업이 예전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탠거론 국장은 “FTX의 파산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가진 부실한 내부 운영시스템의 실태를 드러냈다”며 “거래소의 전반적인 운영체제 개선과 함께 내부 보안 작업도 강화되면서 북한의 해킹이 쉽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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