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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파기환송 "검찰 밤샘조사·피의사실 공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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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파기환송 "검찰 밤샘조사·피의사실 공표 문제"

입력
2022.11.30 21:4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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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에선 소멸시효 이유로 배상 책임 인정 안 해
대법 "중대 인권침해 사건은 소멸시효 적용 안 돼"
"불법 수사 책임도 인정해야" 배상금액 늘어날 듯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인 강기훈씨. 조영호 기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인 강기훈씨. 조영호 기자

대법원이 '유서대필 조작사건' 피해자 강기훈(58)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소멸시효를 이유로 불법 수사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8억 원으로 결정된 배상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0일 강씨와 가족이 국가와 사건 담당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 "중대 인권침해 사건, 소멸시효 적용 안돼"

대법원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나 조작의혹 사건의 경우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데 소멸시효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2심은 검찰이 강씨를 밤샘 조사하고, 변호인 접견권을 제한하고,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지만, 이에 대한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24년이 지난 2015년에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2심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헌재는 2018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의 피해자가 갖는 국가배상 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일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소멸시효에 구애 받지 않고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다만 담당 검사들과 필적감정인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은 소멸시효 완성에 따라 사라졌다고 본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국가배상액 늘어날 듯...소송 대리인단 "검찰·개인 배상 책임 인정 안해 유감"

강씨는 이번 판결로 국가 배상을 추가로 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이 '수사 과정에서의 개별 불법행위'에 대한 소멸시효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 부분에 대한 배상책임을 다시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2심에선 국가가 강씨에게 8억 원, 아내에게 1억 원, 두 동생에게 500만 원씩, 강씨 부모(사망)에게 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김기설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 분신 후 투신하자, 강씨가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재판에 넘긴 사건이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알려졌으며, 강씨는 1992년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가 유서에 적힌 필체가 김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면서, 강씨는 재심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7년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노태우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작됐다"고 발표했고, 문무일 검찰총장도 시국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유서대필 조작사건 손해배상 소송 대리인단'은 이날 판결 직후 "대법원이 파기한 부분은 헌재 결정을 반영해 원심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정도"라며 "가해자 개인의 배상 책임을 부정한 부분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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