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헬기 블랙박스 미장착 기종"
추락 후 화재로 기체 대부분 소실
기체 결함 놓고 업체·유족 입장 엇갈려
27일 강원 양양군 어성전리 야산에서 산불 계도 중 추락한 헬기 사고의 원인 규명 작업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사고 당시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꼬리 부분의 기체 결함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블랙박스가 없기 때문이다.
헬기 업계 관계자는 29일 "사고 헬기(S-58T)가 제작된 1975년에는 블랙박스 설치가 의무가 아니었다"며 "이후에도 미국 연방항공국 승인을 받아야 해 별도로 장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헬기 블랙박스는 일반 항공기처럼 비행 고도와 속도, 방향을 저장한 비행자료 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사고 발생 시 블랙박스는 기체 결함이나 정비 및 조종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결정적 단서가 된다.
추락 직후 헬기가 불타면서 바퀴를 제외한 기체 대부분이 타버린 점도 원인 조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로선 일부 조각난 기체 잔해와 인근 폐쇄회로(CC) TV 영상, 목격자 진술만으로 원인을 규명해야 할 상황이다. 헬기 업계의 한 조종사는 "블랙박스가 없다는 사실은 비행 당시 헬기의 항적과 조종실 상황을 알 수 있는 핵심 자료가 빠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현장 상황만으로 조사해야 할 상황이라 원인 파악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선 유족과 헬기 업체가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 유족은 "사고 헬기 기장이 지난달 12일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륙했는데 게이지가 빙글빙글 돌아 손을 봐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며 "기체 결함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헬기 업체 측은 "부품에 오류가 있으면 운행 자체가 안 된다"며 "1년에 10차례 이상의 모니터링 검사 등 최근 3년간 국토부 검사를 모두 통과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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