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현행 가족관계법 조항 합헌 판단
자산가가 조카 입양하면서 논란 불거져
"신고서에 본적 등 기재… 진실성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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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한국일보 자료사진
입양 등 가족관계를 신고할 때 행정기관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신분증명서만 제출해도 되도록 규정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가족관계등록법 23조 2항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가족관계를 신고할 때 직접 출석하지 못할 경우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헌 논란은 자산가 A씨가 조카 B씨를 입양하면서 불거졌다. B씨는 2016년부터 8개월 동안 A씨의 병수발을 들었는데, A씨가 사망하기 전에 B씨의 입양 절차가 진행됐다. A씨는 건강상 이유로 구청에 직접 가지 못해 신분증명서로 출석을 대신했고, B씨가 직접 구청을 찾아 입양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입양신고서에는 A씨 도장이 함께 날인됐다.
뒤늦게 B씨가 입양됐다는 소식을 알게 된 A씨의 친인척들은 입양무효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A씨의 수백억 원대 자산을 차지하려고 A씨 의사와 관계 없이 입양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주장이다. 친인척들은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입양 신고가 가능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청구했다.
헌재는 A씨가 B씨를 입양할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헌재는 "입양신고서에는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재한다"며 "특히 등록기준지는 신분증명서에는 없는 기재사항으로 당사자가 알려주거나 관련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비로소 알 수 있어 입양 당사자의 진실성을 담보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법 23조 2항에 대해선 "입양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입양 신고를 해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신분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원하지 않는 가족관계 형성을 방지하기에 부적합하거나 부족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신분증명서 등이 부정하게 사용돼 입양 신고가 되면 형사처벌이 되고, 입양무효 확인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이선애·이은애 재판관은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추가로 확인하는 방법을 두거나 적어도 본인에게 우편 통지함으로써 의사에 반해 이뤄진 입양 신고를 정정할 기회가 실효적으로 부여돼야 한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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