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조카 정권 비판 이후 체포
반정부 시위 지지 래퍼는 신변 위험
이란의 반정부 시위 탄압 움직임이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절대 권력’을 지닌 최고지도자의 조카마저 정권을 비판했다가 체포됐고, 유명 래퍼는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가 사형 위기에 놓였다. 이슬람 율법의 모순과 이란의 권위주의를 까발린 시위가 전 세계로 들불처럼 번지자 이란 당국은 ‘외국 배후설’을 앞세워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메네이 조카, 삼촌 ‘히틀러’ 빗대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조카 파리데흐 모라드카니가 23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도 그가 현재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수감 중이라고 전했다.
파리데흐는 하메네이 여동생인 바드리 호세이니 하메네이의 딸이다. 외삼촌은 신정 국가 이란에서 ‘신의 대리인’으로 추앙받지만, 파리데흐는 손꼽히는 인권운동가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반대에 앞장섰던 반정부 인사인 아버지 알리 모라드카니 아란게흐의 영향을 받았다.
파리데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 정부를 살인 정권으로 지목하고 국제 사회에 이란과의 단교를 촉구했다. 그는 최근 영상에서 “이란 정권은 종교적 원칙과 규칙을 지키지 않으며, 오로지 권력 유지를 위한 무력 사용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파리데흐는 또 “언제까지 독재자들의 억압을 목격해야 하는가”라며 “히틀러와 무솔리니, 차우셰스쿠, 카다피, 후세인, 호메이니와 하메네이의 경험으로 충분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삼촌을 잔혹한 독재자들에 빗댄 셈이다. 이란 최고지도자실은 파리데흐의 신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체제 비판’ 래퍼는 사형 위기
이란 중부 도시 이스파한 지방검찰은 27일 래퍼 투마즈 살레히를 ‘모프세데 펠아즈(신을 적대하고 세상에 부패와 패륜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슬람 율법에서 가장 악한 범죄로, 주로 테러 범죄에 적용된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사형에 처해진다. 살레히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랩 가사에 체제 비판 내용을 담은 것을 테러에 버금가는 국가 안보 위협 행위로 봤다는 얘기다.
살레히가 정부로부터 고문과 협박을 당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란 당국은 살레히가 “내가 실수했다”며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제 인권단체는 정부의 강압에 따라 촬영한 영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센터는 “살레히가 변호사 없이 재판을 받았다”고 밝혔고, 그의 가족들은 “신변이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란 "해외 세력이 시위 조종"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외국 세력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며 화살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란은 불화와 분열을 심으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적대적인 음모를 좌절시킬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 중단을 약속할 경우 죄를 묻지 않겠다는 ‘유화책’도 꺼내 들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시위 참가자 1만4,000여 명이 체포되고, 미성년자 63명을 포함해 448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