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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지원과 아태협 횡령 의혹

입력
2022.11.29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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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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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경기도 예산으로 북한에 밀가루와 묘목을 보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의문의 거래 의혹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당시 대북지원 사업을 총괄했던 경기도 부지사의 구속 사유는 쌍방울그룹으로부터의 뇌물 수수 혐의였다. 쌍방울그룹은 아태협과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다. 잇따라 구속된 아태협 안부수 회장은 대북지원 과정에서 외화 밀반출과 지자체 보조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 대북지원 사업을 꾸준히 벌여온 민간단체들 사이에서 '아태협'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단체였다고 한다. 아태협 스스로도 대북지원보다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유골 봉환 사업 실적을 내세워왔다. 아태협이 대북지원을 내세워 벌였던 '검은 거래'가 사실이라면 그 목적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독점권 확보에 있었을 것이다. 불확실한 사업이익에 매달리다 보면 인도적 명분보다는 뒷돈을 줘서라도 파이프라인을 뚫어야 한다는 결탁과 협잡의 논리가 앞서게 마련이다. 민간단체 관계자들 중에는 대북사업이 올스톱 되면서 남북경협 업체들이 갑자기 인도 지원 단체로 변신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나마 인도 지원 분야의 대북 접촉라인이 살아 있는 것을 간파하고 틈새를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법정에서 확인되기까지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법적인 결론과 범법자의 처벌 못지않게 대북지원 사업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번 사건이 지자체와 기업, 그리고 대북지원사업자라는 명찰을 달고 지원 물자의 구매와 전달, 검증을 책임졌던 민간단체 사이의 삼각관계 속에서 배태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도적 대북지원의 명분으로 이뤄져온 수많은 교류협력사업은 정부와 민간의 '2인 3각' 시스템에 의해 굴러온 것이 사실이다. 남북협력기금을 운영하는 중앙 및 지방정부가 대북사업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비정부기구(NGO)들과 협업하는 방식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오래된 요구를 받아들여 지자체들도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최근 문호를 열어놓았지만 민간단체들이 쌓아온 노하우는 무시할 수가 없다. 또 특정 단체들이 사고를 친다고 해서 김영삼 정부 시절의 창구일원화 정책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대북지원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밖에 없다.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에 관한 통일부 규정에서는 분배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출 물품의 인도인수증, 분배내역서 등을 첨부한 보고서 내용에 하자가 있을 경우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을 해제할 수도 있다.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은 후 사업 목적 이외에 사용한 경우도 지정 해제 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아태협을 둘러싼 수사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 단체의 대북지원사업자 자격은 박탈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불순한 목적을 가졌던 대북지원단체 하나를 솎아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북지원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요동치는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외길을 걸어온 민간단체들에도 외화 밀반출이나 횡령과 같은 실정법 위반 사례들은 여론을 자극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남 접촉을 일절 거부하는 남북관계 휴지기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대북지원 생태계 내부에서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보편적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내부 점검에 나서기에 적합한 기회이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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