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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일단 하차’를 바라며

입력
2022.11.2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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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장인철수석논설위원

국정 전반에 걸림돌 된 ‘대장동 사건’
여·야 극단 대립에 정치개혁도 실종
당당하면 ‘벌판’에서 맞서 생환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오대근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제는 한국 정치의 ‘검은 코끼리’가 됐다”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대장동 비리’ 수사로 여야가 최악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니 정적으로서 욕 한마디 덧붙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검은 코끼리 비유는 상식적인 국민 다수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재명 문제’의 심각한 현실을 잘 포착했다고 본다.

검은 코끼리는 ‘검은 백조’와 ‘방 안의 코끼리’를 합성한 말이다. ‘좀처럼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일이 벌어져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아무도 해결에 나서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문제’라는 뜻쯤 될 것이다.

사실 이재명 문제는 이제 누구도 해결에 나서지 않는 난제가 됐다. 이 대표 측이나 민주당에서는 대장동 비리 수사를 검찰을 동원한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 또는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다. 어떻게든 비리의 꼬투리를 잡아 이 대표를 제거하고 민주당을 와해시켜 차기 총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현 정권의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 대표 측과 민주당의 시각이 전혀 엉뚱하다고 볼 수는 없다. 어쨌든 대장동 수사가 이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나아간다면 민주당엔 적잖은 정치적 타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당 전체가 사활이 걸린 듯이 악을 쓰게 됐고, 일찍이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우려했던 당내 비주류조차도 어느새 진지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애써 외면하고 언급을 꺼리게 됐다.

이상한 건 여당도 이재명 문제의 정치화에 군불을 때고 있는 점이다. 선거 때라면 이 대표에게 집중포화를 퍼붓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적 위기상황을 직시하며 책임감 있게 국정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훨씬 절실한 때다. 그럼에도 위로부터 아래까지 날 선 독설로 온통 ‘이재명 죽이기’에 나서다시피 하며 이재명 문제를 키우고 있는 건 이해가 안 갈 정도다.

여야가 이런 식으로 이재명 문제를 방치하거나 키우면서 그 해악은 이미 걷잡기 어려울 만큼 증폭된 상태다. 여야 모두 정치 대신 진흙탕 싸움에만 골몰하는 것처럼 비쳐진 지 오래이고, 선거판이 무색할 만큼 저질 독설에 흑색선전까지 난무하게 된 게 지금의 정치판이다. 예산안 심의에선 양해와 절충이 실종되고 야당의 몽니와 여당의 공허한 비난만 난무하고 있다. 정기국회 핵심 법안인 세법개정안도 법인세부터 금투세에 이르기까지 꽉 막힌 형국이니, 사면팔방에 난국이 닥쳐오는데 정치와 나라꼴이 말이 아닌 지경에 이른 셈이다.

국정뿐만 아니다. 이재명 문제라는 검은 코끼리는 정치개혁 물꼬까지 막는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많다.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의 잇단 실패로 여야 정당 모두 시대변화에 부응한 새로운 정치철학과 이념, 정책방향에 따라 일대 개혁에 나서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 문제의 비등으로 여야 모두에서 극단적 정파주의가 득세하면서 정치개혁 기류가 짓눌리는 상황이 빚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치가 막장이 됐다고 대장동 수사를 멈출 순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잇달아 구속되고 당직에서도 사퇴한 마당이니, 이 대표 수사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이재명 문제라는 검은 코끼리로 인한 해악을 최소화하려면 지금이라도 이 대표 스스로 당직 또는 정치 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이재명 문제의 정치적 증폭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주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바라건대 혐의에 당당하다면 벌판에서 맞서고 살아서 돌아오라. 진실이 이 대표 편에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필사즉생의 정치적 승부수 아니겠는가.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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