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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발생 2위ㆍ사망 1위’ 폐암, 1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80%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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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발생 2위ㆍ사망 1위’ 폐암, 1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80% 생존

입력
2022.11.28 19: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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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는 "폐암이 전체 암 가운데 사망률 1위로 '고약한' 암이지만 최근 항암 신약이 속속 개발되면서 치료 성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는 "폐암이 전체 암 가운데 사망률 1위로 '고약한' 암이지만 최근 항암 신약이 속속 개발되면서 치료 성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 원인을 보면 10만 명당 161.1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이 중 폐암 사망자는 10만 명당 36.8명으로 전체 암 사망률 1위였다. 암 발생률도 갑상선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폐암은 대표적인 난치 암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폐암 수술 전문가’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폐암 진단을 받으면 낙담하거나 절망하는 환자가 많다”며 “하지만 조기 폐암이라면 충분히 완치도 가능하고, 최근엔 다양한 항암 신약이 속속 나오면서 생존율도 늘고 있어 너무 절망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폐암 치료는 왜 어렵나.

“폐암이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사망률이 높은 것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것과 관련이 깊다. 환자 대부분은 암 진단 시 이미 주변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말기암일 때가 많다. 전이되지 않은 초기 폐암은 증상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단순 X선 검사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반면 증상이 있거나 단순 X선 검사에서도 암세포가 보일 정도면 폐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때가 많아 치료가 쉽지 않다. 폐암을 조기(1기) 발견해 수술하면 5년 생존율이 80%를 넘어선다. 이처럼 폐암도 빨리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폐암 원인은 무엇인가.

“폐암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에는 4,000가지가 넘는 독성 화학물이 포함돼 있어 폐암은 물론 인체에 다양한 종류의 암을 유발한다. 직접 흡연은 물론 간접 흡연만으로도 폐암에 노출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간접 흡연의 경우 실제로 담배를 피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간접 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24%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심지어 연기를 간접적으로 들이마시는 수준을 넘어 실외에서 담배를 피우고 실내로 들어올 때 옷에 묻어 있던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수준으로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보고도 있기에 자신은 물론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금연해야 한다. 또한 각종 중금속(비소, 크롬, 니켈, 석면 등)이 폐암 원인이 될 수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속에 이 같은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다른 장기 암 병력, 폐암 가족력 등도 폐암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 수술 어떻게 하나.

“폐암 재발 위험을 낮추려면 폐암 주변 정상 조직을 포함해 주변에 있는 림프절을 동시에 절제해야 한다. 종양이 위치한 폐엽(肺葉ㆍ폐에는 모두 5개의 폐엽이 있다)을 모두 제거하는 폐엽절제술이 표준 폐암 치료법이다. 잘라내야 하는 폐 조직의 양은 종양 위치나 질병 상태에 따라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다. 집도의가 환자 상태와 종양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적의 절제 범위를 정하고 수술하게 된다.

이러한 폐암 수술의 전통적인 방법은 개흉술이다. 집도의의 손이 들어갈 정도로 수술 시야가 확보되고, 수술기구를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므로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회복이 늦은 것은 흠이다. 경우에 따라 폐렴 같은 합병증도 나타날 수 있기에 환자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흉강경이나 로봇 수술하는 수술법이 늘고 있는데.

“폐암 치료에 흉강경이나 로봇 수술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흉강경 수술은 늑골 사이로 작은 구멍을 만들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보면서 길다란 젓가락 비슷한 수술기구를 넣어서 수술하는 방법이다. 흉강경 수술 시 보통 3~4개 창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2개 혹은 1개 창만 내고 수술하기도 한다.

흉강경 수술은 집도의 경험이 충분해야 개흉술과 비슷한 결과를 낼 정도로 수술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수술 건수가 많아지고 수술기구가 발전하면서 흉강경 수술이 폐암 1기 수술의 표준적인 치료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폐암 1기 환자의 85% 이상이 흉강경 수술로 치료하고 있다. 흉강경 수술은 상처가 작고 근육 손상이 적으며 늑골을 벌리지 않아 수술 후 통증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흉강경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므로 수술 후 합병증도 적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013~2016년 1기 폐암으로 폐엽절제술을 시행한 환자의 수술 결과를 살펴보면, 수술 기법에 따른 폐렴 발생률이 개흉술 후 7.7%, 흉강경 수술 후 1.7%이었다. 흉강경 수술 후 폐렴 발생률이 훨씬 낮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흉강경 수술을 모든 폐암에 적용할 수 있나.

“폐암이라고 무조건 흉강경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초기 폐암 환자에게 적용한다. 폐암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의 완전 절제’라는 목표의 달성이지 수술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흉강경 수술을 적용하기 어렵거나, 흉강경 수술 때문에 치료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여겨지면 개흉술을 적용해야 한다. 폐암이나 림프절이 흉벽ㆍ주요 혈관ㆍ기관지 등 주변 조직으로 침윤했을 때가 그렇다. 폐암 2~3기 환자처럼 진행된 폐암이라며 신중히 수술 대상을 정해야 한다. 림프절의 탄분섬유화증 또는 염증성 변화도 흉강경 수술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다.

탄분섬유화증은 림프절이 반복적인 염증 물질에 노출되면서 검고 딱딱해지는 현상으로, 주변에 위치한 폐혈관이나 기관지와 단단히 붙어 있어 수술을 어렵게 만든다. 늑막염ㆍ폐렴 같은 심한 염증을 경험한 환자는 늑막 유착으로 인해 흉강경 수술을 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흉강경 도구와 모니터가 발달해 유착이 아주 심하지 않다면 흉강경 수술이 가능하다.”

-최근 환자에 따라 림프절 절제 범위를 다르게 한다는데.

“그동안 병기나 침윤 정도와 상관없이 암을 포함해 주변 정상 조직과 림프절까지 모두 잘라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우리 병원 폐식도외과에서 지난 7월 세계폐암학회 공식 학술지인 ‘흉부종양학회지(Journal of Thoracic Oncology, IF=20.12)’에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경우보다 최소 절제한 환자 생존율이 더 높았다고 보고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재발ㆍ전이를 막기 위해 광범위한 림프절 절제가 폐암 수술의 주요 목표인 것은 맞지만 유일한 목표는 아니라는 내용이다.

건강검진으로 발견되는 조기 폐암이나 ‘간유리 음영(ground-glass opacity) 폐결절(불투명한 유리나 젖빛 유리처럼 뒷면이 비쳐 보이는 폐결절)’ 형태의 좋은 예후를 가진 폐이라면 주변부 미세 전이 가능성이 희박한 데도 일률적으로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기에 잘 가려서 수술하는 게 환자에게 유리하다는 결과다.”

-삼성서울병원 폐암 수술팀 장점을 꼽자면.

“삼성서울병원 폐암 수술 건수는 전국 병원 가운데 항상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폐암 수술 건수를 2,500여 건으로 전체(7,000건 정도)의 30%에 가까울 정도다. 폐암 수술을 하는 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전용 병상을 갖추고 있으며 흉부외과 전문의가 24간 병상에서 상주하면서 환자를 돌볼 정도로 시스템을 잘 갖췄다.

이 때문에 폐암 수술의 수술 1개월 후 생존율 등 수술 성적이나 합병증 발생 등에서 다른 병원보다 좋은 예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폐암 수술도 폐엽을 절제하는 폐엽절제술(폐를 15~25% 정도 잘라낸다)도 이뤄지지만 이보다 절제를 90~95% 정도 줄인 ‘구역절제술’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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