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성장률 1%대 연달아 예측
물가 4% 안팎,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내년 1%대 경제 성장이 예고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려가 과하다”는 정부 입장을 두고도 불안심리 관리 차원의 ‘정무적 수사’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저성장 여파로 수출이 위축되고, 고금리에 따라 투자·소비마저 부진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경제 위기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주요 경제기관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2% 아래로 연달아 내리고 있다. 전날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8월(2.1%)보다 0.4%포인트 끌어내린 1.7%로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를 제시했다. 네덜란드계 금융회사 ING은행은 0.6%까지 낮췄다.
한국경제가 2%를 밑도는 성장률을 보인 건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외환위기였던 1998년(-5.1%) △오일쇼크가 왔던 1980년(-1.6%) 등 네 번이 전부다. 게다가 내년 물가 상승률도 4% 수준의 고공행진이 계속돼 저성장·고물가 기조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고,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단계”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앞서 7월 한국경제학회가 경제학자 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진입단계’(56%)와 ‘진행된 상태’(12%)라고 답한 이가 절반을 훌쩍 넘겼다.
정부 진단과는 온도 차이가 크다. 성장률을 1%대로 낮추면서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보기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현재까지 성장지표를 보면 경기 부진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을 운운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긴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역성장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진단이 민간보다 부정적이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 불안을 달래기 위한 완곡한 표현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터져 나오는 건 내년 한국 경제에 놓인 현실을 더욱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펀드매니저 2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년 내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답한 이는 92%였다. 유럽 경제도 밝지 않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이 깊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내년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국의 경기침체는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게다가 경제 불안은 강달러 현상을 더욱 심화해 물가마저 끌어올릴 수 있다. 저성장 속 물가 상승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상황”이라며 “향후 경기 침체가 온다고 판단하고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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