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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습격한 호주 경찰견.. ‘원주민 차별’의 결과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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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습격한 호주 경찰견.. ‘원주민 차별’의 결과였나?

입력
2022.1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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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호주 퍼스 지역에서 13세 소년 제이든 에이브러햄 군이 경찰견에게 물린 뒤 병원에 입원한 모습. 호주 가디언 캡처

지난 13일, 호주 퍼스 지역에서 13세 소년 제이든 에이브러햄 군이 경찰견에게 물린 뒤 병원에 입원한 모습. 호주 가디언 캡처

호주에서 13세 소년이 경찰견에게 물려 수술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흔한 개물림 사건처럼 보이는 이 사건에 현지 변호사 단체가 ‘인종 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호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3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퍼스 시의 한 주택가를 걷던 제이든 에이브러햄(13)이 경찰견에 물려 팔과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에이브러햄 군의 이모인 맥신 에이브러햄 씨는 “제이든은 피부 이식을 위해 21일 수술을 받았다”며 “병원 측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력을 잃을 수도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이브러햄 군은 현재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맥신 에이브러햄 씨는 “제이든은 얼굴에 난 상처가 영영 남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며 “쾌활한 성격이던 제이든이 경찰만 보면 겁을 먹을 것 같다”고 걱정했습니다.

단순히 공무 집행 중이던 경찰견에게 물린 사고라면 경찰로부터 과실에 대한 사과를 받고 보상을 받는 등 피해 회복 절차에 들어가면 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특수한 이유는 피해자가 호주 원주민이라는 점입니다. 피해자는 호주 서부 지역에서 살아오던 원주민 민족 중 하나인 ‘눈가’(Noongar) 족 혈통입니다. 즉 이번 사건이 단순 과실이 아니라 원주민을 향한 차별적인 법 집행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주장입니다. 에이브러햄 군의 가족은 사건 직후부터 경찰을 향해 순찰 과정에서 촬영된 카메라 원본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지 변호사 단체는 "경찰견 투입이 호주 원주민들을 상대로 더 많았다"는 통계 자료를 인용하며 이번 사건이 단순 사고가 아님을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현지 변호사 단체는 "경찰견 투입이 호주 원주민들을 상대로 더 많았다"는 통계 자료를 인용하며 이번 사건이 단순 사고가 아님을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호주 원주민들의 법적인 문제를 돕는 변호사단체(Aboriginal Legal Service of Western Australia∙ALSWA)의 데니스 에깅턴 대표는 “지난 10년간 우리에게 법률 지원을 받은 38명이 이 같은 일을 겪었다”며 “이런 사건들은 호주 원주민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깅턴 대표는 38명 중 12명은 이번에 사고를 당한 에이브러햄 군처럼 어린이었다고 밝혔습니다.

ALSWA는 또 다른 통계도 공개했습니다. 2018~ 2021년 경찰견에게 부상당한 시민 중 절반 이상이 호주 원주민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린이의 경우 2015~ 2021년 34명이 경찰견에 의해 다쳤는데, 23명은 원주민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2021년 한해 동안 체포 과정에서 경찰견을 배치한 사건의 61%는 원주민을 상대로 한 사건들이었습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 경찰은 13일 “경찰견 배치는 심각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실행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확히 어떤 범죄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성인 남성 1명과 청소년 3명을 대상으로 작전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정작 에이브러햄 군과 두 청소년은 모두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에서 경찰력 행사를 감독하는 ‘부패 및 범죄 위원회’(The Corruption and Crime Commission∙CCC)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 경찰이 실시한 경찰견 배치를 봤을 때 호주 원주민들에게 더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조사를 권고했습니다. 또 “경찰견 사용에 대한 정확한 절차를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경찰은 CCC의 권고에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CCC는 내년 5월까지 경찰이 권고사항을 이행할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개를 인종차별 도구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헌신은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호주 경찰이 과거에 대한 명확한 진실을 밝히고 시정을 약속할지 주목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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