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연구팀, 항바이러스제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
동물 모델서 간세포 내 염증 유발 단백질 억제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쌓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방치하면 지방간염으로 이어져 간경변증ㆍ간암으로 악화한다.
아직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경구용 바이러스성 B형 간염 치료제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개선에도 효과적이라는 국내 연구팀의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가 확인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노푸른 의생명건강과학과 석사과정 노푸른 연구원 연구팀은 마우스를 이용해 이용해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 약물이 비알코올 지방간을 개선하는 것을 최초로 규명하고 국제 학술지 ‘생물의학 및 약물 치료(Biomedicine & Pharmacotherapy)’ 최신 호에 발표했다.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는 2016년 미국에서 성인 만성 B형 바이러스간염 환자를 위한 경구 치료제로 처음 승인됐다.
기존 만성 B형 간염 약에 비해 향상된 혈장 안정성으로 약효 성분을 간세포에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차별화된 작용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혈장 내 약물 전신 노출을 89% 줄이며 콩팥 및 뼈 안전성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요한 것은 기존 약물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지만 부가적으로 간 기능을 개선(간 수치인 ALT 정상화율이 향상됨)하게 만든다는 것이지만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성필수 교수팀은 비알코올 지방간 마우스 모델에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를 투여했을 때 간 기능을 나타내는 혈액 속 ALT(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 AST(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 수치가 개선되고 간세포 손상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가 간세포(간 내 단핵 식세포) 내 ‘AKT 단백질’ 활성화를 억제해 항염증 효과를 얻어 비알코올 지방간이 개선되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AKT는 활성화로 염증을 유발하는 중요 단백질이다.
간에 지방이 간 무게의 5% 이상 쌓이면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지방간은 그동안 술을 많이 마시면 발생하는 알코올성 지방간이 많았지만 술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80%로 크게 늘었다.
복부 초음파검사와 간이 손상되며 혈액으로 빠져 나오는 ALTㆍAST 등 간 효소 수치를 측정하는 혈액검사 등으로 지방간을 진단한다. 그러나 지방간은 대부분 증상이 없기에 다른 목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다 우연히 발견될 때가 많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질환과 관련돼 발생한다. 주요 원인은 서구화된 식생활ㆍ운동 부족ㆍ유전적 결함 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료 환자는 2017년 28만3,038명에서 2021년 40만5,950명으로 최근 5년 새 40% 이상 증가했다.
성필수 교수는 “이번 연구로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가 여타의 항바이러스제에 비해 간 기능 정상화율이 유의하게 높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은 없기에 환자에게 적극적인 체중 감량, 적절한 식사 요법, 유산소운동을 권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로 표준 치료법이 정립된다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심한 환자는 중증 간 질환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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