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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보호는 대통령 책무... 언론도 자율규제로 신뢰 회복해야"

입력
2022.11.24 16:00
수정
2022.11.24 16:5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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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구의 노크]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

심석태 세명대 언론대학원 교수는 "공권력이 나서서 언론을 직접 바꾸겠다고 나서는 건 적절하지 않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역할로 남겨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당시 비속어 보도로 촉발된 정부와 MBC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후 대통령실이 ‘악의적 보도’라는 이유로 동남아 순방에서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태우지 않으면서 ‘언론통제’ 논란으로 번졌다. 지난 21일에는 ‘용산시대’의 상징인 도어스테핑까지 잠정 중단됐다.

권력과 언론의 갈등은 단순히 윤석열 정부에서만 불거진 현상이 아니다. 보수 진보를 불문하고 집권세력은 비판적이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에 대해 제도를 변화시키거나 혹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과 맞물려 열성적 지지자들을 앞세워 권력이 비판언론을 압박하는 현상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30년간의 방송기자(SBS) 생활을 마치고 3년 전부터 학교에서 후배 저널리스트 양성에 전념하고 있는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를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심 교수는 MBC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압박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MBC 역시 거대 언론사로서 정치적 편향 의심을 받지 않도록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정파성에 갇혀 신뢰를 잃어가는 언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이 아닌 언론 스스로의 강력한 규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_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은 조치에 대해 언론과 야당이 헌법 가치 유린, 언론 통제라고 비판하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취재 편의 지원을 중단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언론자유와 관련된 문제다. 대통령실이 이런 식으로 공식 조치를 취하려면 법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명시적 법률까지는 아니라도 정해진 어떤 룰이 있고 합의가 있으면 그 절차를 지켜서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특히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기본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전용기에 누구를 탑승시킬 것이냐 여부는 취재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준다. 그런 결정적 문제를 권력자의 기분에 따라 결정하면 안 된다. 재량권도 일정한 범위가 있는 것이고 그 범위를 넘어서 자의적으로 행사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다.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 법률적으로 따지고 결정한 게 아니라 ‘너 비행기 타지마’ 식으로 실력행사를 한 게 좀 안타깝다.”

_대통령은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비속어 발언 보도가 잘못된 것인가. 동맹관계를 이간질하려고 한 것인가.

“헌법상 매우 중요한 가치인 언론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임무인데 그런 인식이 너무 희박하다는 점에 놀랐다. 대통령은 우리나라 전체에서 제일 큰 공적 주체다. 이런 ‘전면적 공인’은 사적 영역이 거의 없다. 눈에 띄었으면 그건 사적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이 사달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 발언 때문에 비롯된 것 아닌가. 전면적 공인이라고 해도 애초에 그 발언을 보도한 것, 그 발언에 대한 후속 취재 방식이 합당했는가에 대해서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보도 내용이 정확했는가 따져볼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합당한 절차에 따라야 된다. 그 절차를 생략하고 대통령이 특정한 언론사 보도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놀라운 상황이다.

대통령의 주장대로 보도가 국익을 침해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국익 침해는 대통령 발언 때문에 생긴 일이다. 언론사가 창작을 해서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적어도 대통령 발언이라는 물리적인 객체가 있고 그것을 근거로 보도가 이뤄졌다. 그 발언 때문에 국익 침해가 되는 보도 문제가 생겼다면 그 발언의 사실관계를 설명해서 국익 침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보도가 잘못됐다면 어떤 부분이 왜 사실과 다른지 해명해야 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이를 모두 생략해 버리고 막연하게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이야기만 한다. 그렇게 들리도록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면 그건 발언한 사람 잘못이다.”

_대통령실과 여당은 백악관도 에어포스원에 탑승시키는 기자를 선별한 적이 있다며 전용기 배제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한 것이 잘된 사례인가. 특정 매체를 태우지 않은 사례가 외국에 있으니 우리도 그러겠다는 것이 맞는 태도인가. 현 정부가 자격 미달 인사를 공직 후보로 추천해 놓고 자격 시비를 하면 전임 때는 더했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과 비슷한 논점 이탈이다. 이번 사례의 논점은 과연 취재 제한이 적절한지다. 2018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시켰는데 당시 CNN은 적법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곧바로 출입중지를 풀도록 했다. 이번 전용기 탑승 배제도 CNN건과 같은 조치다. 이 문제에는 국민의힘도 자유롭지 않다. 한나라당 시절인 200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도에 불만을 표시하며 개표방송을 하려는 MBC중계차를 당사에 못대게 한 일이 있다. 물론 다른 정당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몇 번 있다.

정당은 공적 주체이기는 하지만 공권력의 주체는 아니므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공권력 행사의 실질적 권력을 부여받은 주체인 대통령이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서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전례를 봐도 이런 조치가 칭찬을 받은 적도 없고 성공한 적도 없다.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언론하고 척을 지면서 싸웠지만 언론 지형을 바꿨나? 반대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측에서 특정 언론사들을 콕 찍어서 평양에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언론자유를 지킬 수 없다면 정상회담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며 그 기자들과 동행했다. 그런 정신이 필요하다.”

_MBC 보도의 문제는 없는가. ‘편파보도’나 ‘악의적’ 보도 아닌가.

“두 단계로 보자. 일반적으로 모든 언론에 마지노선처럼 적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bottom line)을 MBC에 적용한다면 문제 삼기는 어렵다.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거친 방식의 문제 제기도 충분히 보장돼야 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의 뉴욕 발언은 마이크를 잡고 한 건 아니지만 최고위 공직자인 대통령이 취재 카메라에 녹취될 수 있도록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한 발언이니 보도대상이다. MBC가 ‘우리가 듣기에는 이랬다’고 판단해 자신들 나름대로 녹취를 풀어 보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 발언에 대해 백악관의 반응을 확인하려고 한 행위도 불법행위라거나 윤리기준을 현저히 넘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소한도의 보도윤리 기준을 적용하면 그렇다. 그러나 MBC는 공영방송이고 주요 언론이다. 그에 합당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시청자 중에 여당 지지자도 야당 지지자도 중립적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일반적으로 보기에 합당한 방식으로 보도할 의무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이라고 하면 적어도 특정 정파의 입장에 서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지적할 부분이 있다. 예컨대 자막에서 MBC는 ‘국회’라는 단어 앞에 ‘(미국)’이라는 글자를 집어넣었다. 원래 발언 그대로 전달해 주면서 우리가 들을 때 미국 의회를 가리키는 말로 보인다고 해설해 주는 것과, 미국 의회를 지칭한 말이라고 규정해 버리는 건 다른 문제다. 예단하는 느낌이 든다. 백악관에 윤 대통령 발언을 알리고 반응을 취재한 것은 일종의 ‘유사사건’(언론이 의도적으로 의제화한 사건)' 보도로 볼 여지가 있다. 발언이 자연스럽게 알려져 미국 반응이 나온 뒤 그런 사실을 보도하는 게 아니라 보도와 함께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용을 알려줌으로써 적극적 반응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MBC가 이걸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하는 의문이다. 한국 언론에서 종종 나타나는 일이긴 한데 마치 언론 스스로가 정치적 플레이어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시대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도어스테핑. 지난 5월 이후 61차례 진행된 도어스테핑은 지난 21일 잠정 중단됐다. 뉴스1

_윤석열 대통령이 시도했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평가해달라.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영향이 다 있었을 것 같다.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공적 주체들, 특히 행정기관들의 정보공개는 너무 부족하고 언론 접촉도 너무 제한적이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언론 앞에 자꾸 모습을 드러내고 육성으로 무언가 말을 하려 했다는 것 자체는 평가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일상적으로 언론하고 접촉하는 건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목격한 것처럼 발언이 정제돼있지 않았다. 대통령이 한가한 자리도 아닌데 그 자리에서 전임 정부 탓을 하거나 특정 언론사를 공격하는 말을 한 것 등은 언론과 접촉면을 넓혀서 얻을 수 있는 공적 이익을 상쇄하는 지경이 됐다. 국정 전반이라고 하는 엄청나게 넓은 사안을 다루는데 그 시간대에 대통령이 실질적인 내용을 소화해서 답하기는 힘들지 않나. 그렇다면 도어스테핑은 형식적으로 문제가 있다. 도어스테핑보다 제대로 문답을 하는 공식 자리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일방적으로 몇 분 이야기하다 들어가는 것 말고 주례 간담회처럼 최소 20~30분 정도 형식적으로 정제된 내용으로 하는 게 대통령 본인의 리스크도 줄이고 국민들도 제대로 정리된 행정부 입장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떻든 대통령이 직접 언론과 만나는 기회의 총량이 줄어들어 이전 대통령들처럼 언론과 담을 쌓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_윤 대통령이 MBC 보도를 ‘가짜뉴스’라 규정하는 등 ‘가짜뉴스’라는 표현은 정치권에서도 자주 쓰고 있다. 문제는 없나.

“사실과 다른 보도가 있으면 그냥 ‘오보’라고 하면 된다. 어떤 사람들은 가짜뉴스나 오보나 다 같은 말이 아니냐고 하는데 분명히 다른 말이다. 가짜뉴스는 그냥 오보가 아니다. 가짜로 만들어냈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특히 가짜뉴스라는 말이 잘 쓰이는 건 한국처럼 정파적으로 갈린 분위기에서는 자기 편에게 불리한 뉴스를 공격하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불리한 보도를 계속 ‘가짜뉴스’라고 공격했지만 결국 정권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4년 내내 ‘가짜뉴스’라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재선에 실패했다. 이제는 우리도 좀 말을 가려서 쓸 때가 되지 않았나. 고의성이 없는 사실과 다른 보도는 ‘오보’, 없는 사실을 허위 조작한 건 ‘허위조작정보’라고 표현하면 된다.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쓰는 일은 언론 전체의 신뢰를 끌어내리는 것 외에는 무슨 효과가 있나. 유럽연합(EU) 집행부에서 이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고 영국 정부도 공식문서에서 퇴출시켰다. 그런데 우리는 정치인뿐 아니라 언론학자, 언론인들까지 쓰고 있는 지경이다.”

_야당은 여당이 언론탄압을 했다고 비판하는데 정작 전 정부는 언론을 압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밀어붙였다.

“누가 더 잘못했나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 전 정부는 언론에 대한 압박 수단을 강화해서 언론의 모든 비판적 보도를 막아보려 했다고 생각한다. 가령 특정인의 실루엣이미지를 기사에 쓴 것이 논란이 되자 이런 이미지 사용을 규제하는 내용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포함시키기까지 했다. 정치권력이 언론을 개혁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실질적으로 언론의 내용에 개입하는 일이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전임 정부건 지금 정부건 내용적으로 개입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다만 전 정부처럼 권력을 동원해 이를 제도화하려는 것의 악영향이 더 크다. 일단 제도화해 놓으면 바로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전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만들었다면 거기에 맞춰 우리 사회는 굴러갔을 것이다. 반면 현 정부의 언론대응 방식은 아마추어리즘적이고 즉흥적이다.”

_언론이 불신받는 상황에 대해 언론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신뢰 회복을 위해 언론이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언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하면 꼭 법이나 수사기관을 동원하는 방식을 생각한다. 지난 정부는 언론중재법을 개정해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겠다고 몰아붙였고 지금은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이런저런 조치를 하겠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언론 문제는 그렇게 법을 통한 규제, 처벌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언론’하면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어떤 단일한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1인 매체부터 KBS, MBC까지 다양한 주체가 존재하고 이들의 개별적 언론행위가 모여서 한국사회 전체의 언론행위를 구성한다. 언론에 던지는 작은 돌 하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생각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언론의 책임을 법적으로 과도하게 추궁하는 제도를 함부로 도입하면 자기가 비판하고 싶은 언론뿐 아니라 자신와 같은 편인 언론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모든 언론을 위축시킬 것이다. 문제를 차분하게 생각해서 본질적인 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_ 팬덤을 이용해 언론의 비판을 피하려는 경향이 지난 정부부터 특히 짙어지고 있다. 이번 정부도 그런 유혹을 받는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인가.

“팬덤이 약한 지금 정부가 그런 식으로 전임 정부를 따라 하려고 하면 무조건 손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치 팬덤들이 미디어를 자신들 편으로 만들거나 최소한 비판적인 언론을 무력화하겠다는 목적의식이 너무 강하다. 좋은 언론과 나쁜 언론을 가르는 기준이 자기 편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다. 정치인뿐 아니라 지지자들까지 비슷한 정서를 갖다 보니 이제는 언론인들도 스스로 특정 정치 진영과 동조하는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 이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언론인도 많다. 공영방송에 있는 기자나 PD들이 선거국면에서 SNS에서 거친 정치적 멘트를 남기기도 한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라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 한국 언론윤리의 전반적인 붕괴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깨뜨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면 언론사들끼리 합의의 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은 자신에게 유리한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할 것이고 그 와중에 언론탄압 논란이 반복될 것이다. 그걸 깨뜨리려면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자율적이지만 강력한 규제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언론사들의 자율규제기구 안에 들어가야 한국에서 언론사로 인정받을 수 있고, 만약 형편없는 저널리즘을 구현하면 퇴출시키는 것이다. 이건 정치권력이 하면 안 되고 언론계가 나서서 자발적으로 비용이라도 내고 해야 한다. 언론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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