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비사업자도 이율 공시 의무 부과
머니무브 앞두고 '과열 경쟁' 등 막는 차원
당국 "보험권 차입 규제 완화 검토하겠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대규모 자산 이동(머니무브)을 부를 수 있는 이른바 '커닝 공시'를 막기로 했다. 올해 말 300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발 유동성 위기 및 채권시장 혼란이 우려되자(본보 11월 17일 자 11면) 퇴직연금 비사업자에게도 운용상품 금리(이율) 공시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2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퇴직연금 사업자와 상품판매제공자(비사업자)를 포함해 은행·증권·보험·저축은행 등 전 업권에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제공·운용·금리공시'와 관련한 유의사항을 통보했다. 핵심은 퇴직연금 비사업자도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매월 원리금보장상품의 이율을 공시하라'는 행정지도다. 금감원은 금리 경쟁을 자제시키기 위해 우선 행정지도를 하되, 내년 초까지 감독규정도 개정할 방침이다.
비사업자에게도 공시 의무가 부과되면 만연했던 '커닝 공시'가 사라질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지금까지 퇴직연금 상품 금리 공시 의무는 사업자에게만 부과돼 왔다. 사업자들이 먼저 확정이율을 공시하면, 비사업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더 높은 이자 상품을 제시할 수 있어, 자금 이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혀 왔다. 같은 시장에서 사업자와 비사업자 간 '불공정 경쟁'이라는 논란도 불거졌다.
금융당국의 이런 조치는 퇴직연금발 머니무브가 가뜩이나 경색된 채권시장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대부분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돼 있는데, 수십조 원에 이르는 머니무브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대규모 채권 매각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경우 채권 가격 폭락 등 혼란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금융당국은 또 채권 매각 불발이나 헐값 매각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보험권에 대해서는 차입 규제를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1개월 이내 단기자금, 계정 자산의 10분의 1 이내'로 한정한 시행령 규정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차입 한도와 기간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입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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