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공급 확대 기대
국내 자동차 업계, 전기차 시장 경쟁 심화 걱정
산업계 전문가 "이익 적어 국내 투자 가능성 낮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 투자 요청에 긍정적 답변을 내놓자, 국내 관련 산업계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에 이차전지를 공급하는 배터리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경쟁 심화를 우려해 긴장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머스크 CEO와 화상 회의를 갖고 테슬라의 전기차 공장인 '기가팩토리' 국내 건립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 CEO는 "한국을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며 "투자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배터리 업계 "환영"…원통형 배터리 공급 확대 기대
전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의 국내 투자 가능성이 생기자, 관련 산업계에선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배터리 업체들은 매우 긍정적이다.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에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중국 상하이와 독일 베를린에서 만드는 '모델3', '모델Y'에 들어간다. 최근 충북 오창2공장에 5,800억 원을 들여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새로 깔았다. 4680은 테슬라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규격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원통형 배터리 기술력이 높은 삼성SDI도 희망을 품게 됐다. 삼성SDI는 충남 천안 공장에 '46XX'(지름 46㎜·높이 미정) 원통형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2025년 양산이 예상돼, 배터리 수급이 부족한 테슬라의 주요 공급 후보로 꼽히고 있다. 다만 SK온은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아, 테슬라와의 협업이 당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걱정"…전문가들 "실제 투자 가능성 낮아" 지적
반면 자동차 업계는 표정이 어둡다. 전기차 내수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 판매할 경우 지금보다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테슬라의 모델3(6,965대)와 모델Y(6,073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3%, 10.6% 감소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경쟁 모델이 늘어나면서 판매량이 준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이 이뤄지면 공급망 문제도 풀 수 있어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국내 투자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국내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아시아 생산 거점은 중국 상하이에 구축했고,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원안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RA에 따르면 한국산 전기차는 구매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한국은 ①높은 인건비 ②작은 내수시장 ③경직된 노동환경 등의 이유로 기가팩토리를 새로 지을 만한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테슬라가 국내에 투자할 만한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전기차가 아닌 다른 차원의 투자를 모색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IRA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에 기가팩토리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LG 외의 공급사를 확보하기 위해 시설자금 투자가 필요한 SK온과 합작사 설립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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