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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아들이 성인 치료실로" 청소년 되면 적절한 치료 기회마저 잃는다

입력
2022.1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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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발달장애 가족 릴레이 인터뷰⑭
대전 중증 장애 아동 엄마 윤영씨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설문 응답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매주 토, 일 게재합니다. 생생하고, 아픈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진료 대기 중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최나실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진료 대기 중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최나실 기자

뇌병변・지적 장애를 동반한 11세 중증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장윤영(가명)씨는 하루도 빠짐 없이 아들의 휠체어를 밀며 병원을 오간다. 아들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본인이 한 푼이라도 더 벌 때, 많은 치료를 받게 해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커져서다.

치료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지만 더 급한 문제는 따로 있다. 불과 4년 뒤면 장씨 아들은 잘 다니는 소아 치료실을 나와 성인 치료실로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고작 10대 중반에 성인 치료실로 가야 하는 사정은 뭘까. 다음은 장씨와의 일문일답.

-병원은 얼마나 자주 가시나요?

"우리 아이는 매일 가요. 일반 병원 두 군데, 사설 치료 센터 두 군데 다녀요. 원래는 대학 병원을 주 2회 이상 1시간씩 갔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한 명당 진료 횟수에 상한이 생겨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껏 갈 수도 없게 됐죠."

한국일보 기자가 지난 9월 중순 유명 자폐 전문 교수들에게 진료 문의를 해봤더니,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7년까지,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5년까지,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2024년까지 이미 예약이 다 차 있고 이후 스케줄도 나와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국일보의 설문조사 결과,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경우 접수 후 1년 이상 기다린 응답자는 제주에서 27.9%에 이르렀고, 경기 19.7%, 서울 18.4% 등이었다.

(관련기사▶"자폐 전문 교수님, 2027년까지 진료 예약 끝났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310430004161 로 검색하세요.)

-앞으로도 같은 곳으로 치료를 다닐 예정이신가요?

"그럴 수 없어요. 15세가 되면 성인 치료실로 이동해야 해요. 대학병원이고 일반병원이고 모두 코로나19나 진료 수가 문제를 들면서 소아 치료실을 없애는 추세거든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400명에 못 미친다. 그마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전국에 총 266곳인데, 서울(111곳)과 경기(58곳)·인천(12곳)에 몰려 있다. 전남엔 3곳, 경북·세종엔 각각 2곳뿐이다.

-아이가 성인 치료실을 이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성인 치료실에는 거의 중증 어르신들이 계셔서 그분들 위주로 시스템이 돌아가요. 적극적인 행동치료는 더 이상 하지 않고 요양・돌봄에 중점을 두죠. 아이 발달 수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행동치료를 진행하는 소아 치료실에 비하면, 성인 치료실 행동치료는 수박 겉핥기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고작 중학교 3학년인데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엄마들로선 아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치료를 최대한 받게 해주려는 욕심이 커지죠."

-어머님들은 아이를 성인 치료실에 보내는 걸 안 좋아하시겠네요.

"아니에요. 성인 치료실에 보내는 거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도 많아요. (성인 치료실에서) 사실상 치료가 안 되는 건 맞지만 사설 치료 기관은 워낙 비싸니까요.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가정이 많잖아요."

-어머님도 치료비 부담을 무시할 수 없으시겠어요.

"그렇죠. 최대한의 치료를 해주려는 욕심은 크지만 실제로 많이 할 수도 없어요. 우리 아이는 출생 직후 장애 진단을 받았으니 평생 치료비가 들어간 셈인데 수천만 원 이상 되죠.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가정에 해당하지 않아서 치료비 혜택도 온전히 받지 못해요. 바우처 금액을 지원하는 소득 기준도 세전 기준이라 더 박하게 느껴지고요."

-지금 받고 계신 지원금 수준은 얼마나 되세요?

"장애인콜택시 지원이랑 7세 이후부터 받기 시작한 활동지원서비스 정도예요. 바우처는 아이가 2세일 때까지는 아예 못 받다가 3, 4세가 됐을 때쯤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자부담만 월 8만 원이네요. 활동지원서비스도 월 18만 원을 저희가 내고요. 자부담금만 이래저래 모으면 월 40만~50만 원 정도 돼요."

(관련기사▶1시간 치료수업에 15만원? 사교육 시장 내몰린 부모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509190004669 로 검색하세요.)

-가장 해결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뭘까요?

"어쨌든 소아 치료가 더 활성화되길 바라요. 소아 치료실을 더 만들 수 없다면 기존 소아 치료실 이용 연령이라도 연장해준다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기존 소아 치료 시스템을 몇 년이라도 더 이어갈 수 있게 말이에요. 기존에 하던 치료를 안 하면 당장 몸이 굳거나 퇴화해 버리니까요. 어떻게 해서든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어요."

인터랙티브 바로가기: 클릭하시면 1,071명 설문조사 결과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주소(interactive.hankookilbo.com/v/disability/)를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주세요.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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