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전망치, 3.9% 유지
"반도체 경기 하강, 수출에 부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하향 전망했다. 내년에도 4%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존 물가 성장률 예측은 유지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OECD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9월 중간 경제전망 때 수치인 2.2%에서 1.8%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내놓은 전망치와 같은 이 수치는 국내외 유수 기관이 제시한 전망치 중 낮은 편이다.
한국 정부(2.5%), 아시아개발은행(ADBㆍ2.3%), 한국은행(2.1%), 국제통화기금(IMFㆍ2.0%), 국제신용평가사 피치(1.9%), 산업연구원(1.9%) 등이 OECD보다 내년 한국 성장률을 높게 예상하고 있다. 1.8%보다 낮게 관측하는 주요 기관은 한국금융연구원(1.7%) 정도다.
OECD는 2024년 한국 성장률을 1.9%로 예상하며 한국의 1%대 저성장이 2년째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국이 2%를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한 해는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6%) 등 4개 연도뿐인데, 2년 연속인 적은 없었다.
한국의 내년 성장 흐름이 올해(2.7%)보다 약화할 것으로 OECD가 보는 것은 소비를 위축시키는 고물가ㆍ고금리가 지속되고, 수출에 부담을 주는 반도체 업황이 금세 나아지기 어려우리라는 판단에서다. OECD는 “민간 소비가 그간 견조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고물가ㆍ고금리에 따른 가처분 소득 증가세 둔화와 주택시장 부진이 민간 소비ㆍ투자를 둔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은 반도체 경기 하강과 글로벌 수요 위축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정학적 긴장 완화 △중국의 방역정책(제로 코로나) 전환 △대면 서비스 조기 회복 등은 향후 한국 경제를 낙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한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3.9%)는 그대로다. IMF(3.8%), 한은(3.7%), KDI(3.2%), 한국 정부(3.0%) 등의 예측치는 OECD 예상치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서비스ㆍ공공요금을 중심으로 물가가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지속하다 점차 하락하리라는 게 OECD의 전망이다.
한국에 대한 OECD의 정책 권고는 △통화긴축 지속 △건전 재정을 위한 재정준칙 채택 △취약가계ㆍ기업 선별 지원 및 에너지 절약 유인 구조 강화 △노동ㆍ자본 재배분을 촉진하고 경쟁을 강화하는 구조개혁 △원자력 발전 정상화 및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연계하는 배출권거래제 개선 등이다.
OECD의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2%로 변함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97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위기가 발생해 세계적인 고물가ㆍ저성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OECD는 진단했다. 러시아(-4.5%→-5.6%), 사우디아라비아(6.0%→5.0%) 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됐고, 영국(0.0%→-0.4%), 캐나다(1.5%→1.0%)도 많이 내려갔다. 중국은 4.7%에서 4.6%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일본(1.4%→1.8%)과 독일(-0.7%→-0.3%)은 많이 올랐고, 유로존 역시 0.3%에서 0.5%로 전망치가 상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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