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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에 대한 열망 '록뮤지컬의 전설'을 소환하다

입력
2022.12.02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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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마이클 리(가운데)가 예수를 맡아 열연하고 있다. 블루스테이지 제공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마이클 리(가운데)가 예수를 맡아 열연하고 있다. 블루스테이지 제공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저스')가 돌아왔다. 1971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신선하고 혁신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공연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의 1970년대는 뮤지컬이 침체에 빠진 시기다. 뮤지컬은 1960년대까지 사회 통합적 메시지와 해피엔딩의 오락적이고 유희적인 즐거움을 주면서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로 세상이 어수선한데다 젊은이들은 가슴을 흔드는 록 비트에 매료되면서 사회적 메시지도, 록 음악도 수용하지 못한 뮤지컬은 젊은층에게서 멀어져 갔다. 록 음악을 받아들이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트가 강한 록 음악을 효과적으로 뮤지컬 양식에 녹여낸 작품은 많지 않았다. 그중 역사에 남는 두 편의 록 뮤지컬이 이 시기에 등장하는데 히피의 자유정신과 반전사상을 담고 있는 뮤지컬 '헤어'와 '지저스'가 그것이다.

특히 '지저스'는 청년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천재의 등장을 세상에 알린 작품이다. 훗날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가장 대중적이고 성공한 뮤지컬을 만들게 되는 웨버는 '지저스'에서 그의 음악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당시 스물두 살이었던 웨버는 당대 록 음악의 전통에 기댄 것이 아닌 한 시대를 앞서간 음악을 선보이며 젊은 관객들을 열광시킨다. 예수를 오늘날 록 스타와 같은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할 뿐만 아니라 유다를 사사로운 이익에 눈멀어 예수를 팔아버린 악인이 아닌 메시아의 계획에 희생되는 인물로 바라보는 시점도 파격적이었다. '지저스' 초연 당시 극장 앞에서는 공연 중지를 요청하는 기독교 단체의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지저스'가 50여 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 광림교회에 위치한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것도 흥미롭다.

'지저스'가 50여 년 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작품의 메시아적인 속성, 세기말적인 세상에 구원을 바라는 사람들의 희망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가 엄혹할수록 구원의 여망은 강렬해서 메시아의 등장을 염원하게 된다. 그것은 예수가 태어난 2,000여 년 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다르지 않다. '지저스'가 시대를 초월해 다양한 버전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임태경(가운데)이 예수를 맡아 열연하고 있다. 블루스테이지 제공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임태경(가운데)이 예수를 맡아 열연하고 있다. 블루스테이지 제공

세계사에 기록될 만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삶을 혼란스럽게 하고 이해하기 힘든 참사의 상처가 일상을 할퀴고 가는 이 시기에 메시아를 바라는 마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지저스' 공연은 2015년 버전에 비해 무대를 새롭게 꾸미고 연출을 달리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 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정재일 편곡 버전의 지난 시즌 음악을 적절히 결합해 이번 버전을 만들었다. 서곡을 여는 전자기타의 강렬함과 예수와 유다의 샤우팅 대결은 여전히 가슴과 귀를 시원하게 했고 잘 훈련된 앙상블들의 역동적인 춤은 세상의 분노와 메시아를 열망하는 절실함을 느끼게 했다.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예수를 환호하는 '호산나' 장면이나, 로마 장군 빌라도를 바리새인들과 충분히 구분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원래도 친절한 서사가 아니기 때문에 디테일한 연출로 밀도를 높여주지 않으면 극을 따라가기 힘든 작품이다. 워낙 잘 알려진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7일간의 행적을 중심 서사로 하고 있어 이야기 자체가 낯설지는 않지만 그에 대한 충분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작품만으로 극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청년 웨버의 천재성이 가장 반짝이던 순간에 쏟아낸 노래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작품 전체가 웨버의 반짝이는 노래로 이루어진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라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예수가 죽음을 두려워하며 겟세마네에서 고뇌하는 장면에서 토해내듯 부르는 마이클 리의 '겟세마네'는 더욱 노련해졌고 가슴 울컥하게 한다. 예수를 한 남자로 바라보며 마음을 고백하는 마리아의 '어떻게 사랑하나'는 안타깝고 사랑스럽다. 예수와 유다가 육체적으로 대결하는 '마지막 만찬'에서는 격렬한 육체적 대립과 더불어 음악적 부딪힘이 강렬하게 펼쳐진다. 그 화려한 음악의 만찬이 2시간 30분(쉬는 시간 포함) 동안 펼쳐지는데 언제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마지막 곡에 이르게 된다. 공연은 광림아트센터에서 내년 1월 15일까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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