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영 필로토 대표 인터뷰
아이들 디지털 습관 형성하는 '타키' 개발
각종 데모데이서 상 휩쓸며 가능성 입증
내년 초 정식 출시... 부가 서비스 연동할 계획
"아이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주면 사용 시간을 조절하지 못하는 게 당연해요. 무턱대고 '안 돼' '그만'이라고 하기보다 스스로 멈출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해요."
16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만난 이다영 필로토 대표는 인터뷰 내내 디지털 습관이 왜 필요한지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스마트 기기 사용법을 익혀야 커서도 이를 능동적,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로토 또한 이 점에 착안해서 만들었다. 필로토는 교육 인공지능(AI) 솔루션 플랫폼이다. AI 캐릭터가 아이와 대화하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 시청 자세 등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타키'를 개발해 베타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이끌어 습관 형성
타키는 정해진 사용 시간이 끝나갈 무렵 AI캐릭터가 '나는 이제 쉬고 싶어'라고 말하며 아이와 소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멈추려 하지 않으면, 무작정 화면이 꺼지는 대신 캐릭터가 화면 한 귀퉁이에서 계속 배고파 하거나 졸려 하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재촉한다. 아이 스스로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자세 교정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화면을 너무 가까이에서 보거나 누워서 이용하면 AI 캐릭터가 화면 중간에 나타나 자세를 바로잡을 때까지 교정을 요구한다.
아직은 베타버전이라 최소 기능만 들어 있지만, 내년 초 정식 출시 전후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 아이의 발달 연령에 맞는 문장 구성 능력을 분석하거나 부적절한 콘텐츠 모니터링 등이 대표적이다. 너무 자주 화면을 가깝게 보면 시력검사를 제안하는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근무하며 어린이 위한 기능에 관심 가져
이 대표가 디지털 습관에 관심을 가진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일하면서 어린이도 스마트 기기 이용자인데 정작 그들을 위한 기능과 서비스가 없다는 걸 깨닫고 해결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기기 사용 습관 문제가 눈에 띄었다. 이 대표는 "다양한 피드백을 반영해 빠르게 문제를 풀기에는 스타트업 환경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곧장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에 지원했고, 1년 뒤인 올해 5월 분사했다. 이후 디캠프 디데이에서 우승해 분사 일주일 만에 국내 최대 스타트업 지원 센터인 프론트원에 입주했다. 최근까지도 각종 데모데이에서 상을 휩쓸었다. 데모데이는 스타트업을 홍보해 투자, 인수합병(M&A), 구매, 채용 등으로 이어지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이 대표는 "타키가 정착돼 부모들이 갈등, 고민, 죄책감 없이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스마트 기기를 쥐어줄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매우 뿌듯할 것 같다"며 "당장은 계획이 없지만, 타키를 잘 발전시켜서 나중에 내 아이에게도 쓰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 밖은 춥지만... 창업으로 인한 보람도 커"
이 대표는 "솔직히 분사 후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만 '회사 밖은 춥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고 노동 강도도 상상을 초월한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 대표는 회사원 시절 스스로 '삼성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자부할 만큼 워라밸을 지키며 즐거운 직장 생활을 했지만, 대표가 된 지금은 주 60시간이 우스울 정도로 주말, 밤낮 없이 일하고 있다. 그는 "하루 종일 일했는데도 잠들기 전에 '아, 이걸 못했네' 하며 불안 속에 잠이 들고, 눈뜨자마자 일하는 일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년 동안 친구들은 물론 가족 얼굴도 잘 못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C랩 프로그램은 5년 내 재입사가 가능한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독립된 기업체를 꾸리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뽑아 기회를 주며 협력하는 과정이 굉장히 보람있다"며 "단순히 '창업 한번 해볼까' '좋은 경험 한번 쌓아볼까' 정도로 나온 게 아니라서 다시 (삼성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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