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불법 사육곰 농장서 곰 3마리 탈출
3마리 사살되고, 농장주 부부는 숨져
시민단체들 "사육곰 특별법 통과시켜야"
울산에서 사육곰 3마리가 탈출해 사살되고 농장주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농가에서 곰 탈출 사건이 발생한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시민단체들은 "멸종위기종을 사실상 방치해온 환경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1년째 계류 중인 곰 사육 금지를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법에 불법이 낳은 예견된 비극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비극이라고 말한다. 먼저 이 농장은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 사육을 위한 허가를 받지 않았다. 더욱이 이 농장에서 사육되던 곰 4마리는 경기 용인시 농장에서 불법 증식한 개체다. 농장주가 2018년 7월 불법 임대해 키워오던 중 1마리는 2개월 전 병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농장에서만 2019년 6월과 지난해 5월, 이미 두 차례 탈출 사고가 일어났다. 농장주는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지만 곰은 계속 키워왔다. 환경부가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몰수할 수 없다고 본 데다, 몰수했다 해도 마땅히 보낼 시설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멸종위기종인 반달곰의 수출·수입, 양도·양수, 증식 시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임대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한강유역환경청은 2019년 용인 농가에 대해 불법 양도∙양수로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용인 농장주가 이를 '임대'라고 주장하며 이의신청을 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태규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는 "환경부는 지난해와 올해 불법행위 증거물로 불법 증식한 곰을 몰수한 적이 있다. 현행법으로 몰수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이들을 보낼 공간 역시 동물원이든 곰보금자리가 운영하는 시설이든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환경부가 파악하고 있는 곰 사육 농가는 22곳, 사육곰은 319마리다. 하지만 이번 울산 농가는 이 통계에서 빠져 있다. 환경부는 "전체 곰 사육 농가 시설·안전관리를 전수조사하는 한편 파악되지 않은 농가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곰 사육 금지 위한 특별법 통과돼야"
사육곰 탈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12년 농장을 탈출했던 사육곰이 등산객을 물고 달아난 데 이어 2017년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2019년에는 야영장에서 탈출한 곰이 발견돼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곰 탈출 사건은 반복되어 왔다.
시민단체들은 환경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는 한편 곰 사육 종식을 위해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법안은 "누구든지 곰의 부산물 채취 등을 목적으로 사육곰을 사육하거나 증식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불법에 불법이 이어지고 있었음에도 환경부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았고, 그사이 곰도 인간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왔다"며 "국회는 지금 당장 사육곰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도 "사육곰 특별법이 1년간 국회에서 계류되어 있는 동안 철창 속 사육곰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잠시 세상 밖을 구경한 사육곰은 총에 맞아 사살됐다"며 "사육곰 농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대책을 마련하고 사육곰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달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곰 사육 금지 특별법 통과 청원은 9일 기준 1만 857명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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