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편의시설·오스트리아 예술성 가미
수도권 소각장, 주거단지에 가까울 수밖에
'부동산 하락' 불식할 '명소화' 계획 세워야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은 기피시설이다.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치솟은 수도권 집값 때문에 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더 민감하다. 하지만 일부 유럽 국가들은 소각장을 기피시설에서 기대시설로 바꿔 주목받고 있다. 편의시설과 예술성을 가미해 주민 친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결과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가 지난해 강남∙노원∙양천구 소각장 인근 300m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각장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요인으로 '동네 이미지'와 '부동산'이 꼽혔다. 대기오염이나 악취보다 집값 문제가 소각장 인근 주민들에게는 더 크게 와닿는 문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당장 인구밀집도가 포화 상태에 이른 서울에서, 소각장을 외딴 곳에 짓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폐기물 소각 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인접한 곳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주거단지를 멀리 벗어날 수 없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이미 유사한 과정을 겪었다. 이 때문에 소각장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덴마크나 오스트리아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도심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이 대표적이다. 2017년 설치된 이 소각장은 주거단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하지만 잔디 스키 슬로프와 암벽등반코스 등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해 지역주민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9만여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와 난방까지 공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있는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예술성 있는 디자인을 접목한 시설로 유명하다. 1971년 건립된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1987년 대형화재로 기능을 상실하면서 재건축과 이전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 적용과 예술성을 녹인 친환경적 설계로 지금은 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로 손꼽힌다. 연간 25만 톤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6만 여 가구에 난방까지 공급한다.
폐기물 처리시설을 연구했던 한 전문가는 "다른 나라도 민원은 있겠지만 국내처럼 극렬하지 않고 오염물질에 대한 우려도 많이 해소된 편"이라며 "서울도 핌비(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수익성 사업) 시설을 적극 설치하는 등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지역에까지 동기부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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