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美 국채금리 역전 심화
"긴축 계속" 경기 침체 우려 고개
원달러 환율 14.1원 재차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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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 AFP=연합뉴스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폭이 40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통상 경기 침체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국채금리 역전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 소비 둔화, 글로벌 기업의 잇따른 인원 감축과 맞물려 있다.
美 장단기 금리 역전, 40년 만의 최대폭
16일(현지시간)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69%, 2년물 금리는 4.36%를 기록했다.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훨씬 높다. 이날 금리차는 0.67%포인트까지 벌어졌는데, 이 정도 폭으로 역전된 건 1982년 이후 40년 만이다.
일반적으로 채권도 예금처럼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진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만기가 길수록 돈이 오랫동안 묶이기 때문에 더 높은 금리를 받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경기 상황이 곧 나빠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기 경착륙에 대한 불안이 커진 투자자들로선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기 채권으로 대거 몰리고, 이는 채권 가격 상승(반대로 금리는 하락)으로 이어진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위 인사들이 금리 인상 중단 논의에 선을 긋고 나서면서 단기물 금리는 재차 상승곡선을 그렸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 방송에서 최종금리 수준을 연 4.75~5.25%로 예상하며 "(높아진 금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3.75~4%인 미국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더 오를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데일리 총재는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소비, 고용... 경기 침체 전조 뚜렷
장·단기 금리 역전은 시장에서 경기 침체 전조로 여겨진다. 연준이 금리를 대폭 끌어올리면서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불안이 시장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긴축이 경기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채권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경기를 떠받치는 소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타깃은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0% 감소한 데다, 향후 실적도 밝지 않다고 전망했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대표는 "소비자들은 점차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타깃 주가는 13% 급락했고 뉴욕 증시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외신들은 "향후 소비 및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긴축 계획'도 모처럼 반등했던 금융시장을 다시 압박하고 있다. 앞서 아마존은 1만여 명 감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내년 공급을 20% 감소하고 신규 투자 지출도 추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시장도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과 경기 악화 우려에 얼어붙었다. 17일 원· 달러 환율은 14.1원 올라 1,339.1원에 마감했고, 코스피는 장중 1%대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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