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증거인멸 교사 혐의 부인하다 돌변
재판부 "유동규 입장 변화 여러 의문점 있어"
변호인 "증거물이란 인식 없이 휴대폰 폐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버리라고 교사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갑작스런 유 전 본부장의 입장 변화에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 전 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 A씨의 증거인멸 사건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최근 교사행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에 유 전 본부장의 진술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은 진술서에서 휴대전화를 특정해 버리라고 (A씨에게) 지시했다고 명확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주거지 압수수색 직전 A씨에게 연락해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로 올해 4월 기소됐다. 유 전 본부장 측은 7월까지만 해도 증거인멸을 교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 재판은 이날 종결될 예정이었지만, 검찰이 이날 유 전 본부장 진술서를 제출하면서 변호인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A씨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의 입장 변화를 어제 받아봐서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며 A씨가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를 버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형사사건에 사용될 증거물이란 점은 몰랐기 때문에 증거인멸 의사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주 부장판사는 유 전 본부장이 증거물을 직접 폐기하지 않고 A씨에게 부탁해 폐기한 점을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한 경우 성립하기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이 스스로 파기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A씨에게 굳이 폐기해 달라고 부탁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주 부장판사는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게 증거인멸 교사 사실을 인정하는 대가로 불구속 재판을 약속 받으려고 한 정황도 언급했다. 주 부장판사는 "유 전 본부장 수사기록을 보니 자신이 구속된 뒤 검찰과 딜을 하더라"며 "휴대폰을 갖다줄테니 불구속 수사하자고 하면서 휴대폰을 지인에게 맡겨놨다는 부분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휴대폰을 깨서 버렸다고 하니 유 전 본부장이 화도 내고 한 것으로 기억나는데,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이라면 갖다 달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비리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으나 지난달 20일 풀려났다. 검찰 주변에선 수사팀이 석방을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측근들 비리 의혹에 대한 진술을 얻어낸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A씨는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부순 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올해 6월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날 진술서 검토 시간을 달라는 A씨 측 입장을 받아들여 내달 15일 결심 공판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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