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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베를린 선거... 독일 헌재 "재투표해라" 초유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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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베를린 선거... 독일 헌재 "재투표해라" 초유 결정

입력
2022.11.17 1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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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선거, 용지 배달 사고 등 '대혼란'
헌재 "표심 왜곡 심각... 바로잡는 게 중요"
베를린 시민, 똑같은 후보로 내년 초 재투표

독일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치러진 베를린 지방선거를 "전면 무효"라고 판결했다. 선거 당국의 '총체적 부실 운영'이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고, 선거 결과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이에 베를린 시민들은 똑같은 후보를 놓고 다시 투표장에 서게 됐다. 수도 베를린에서 일어난 사상 초유의 사태에 독일은 황당하고 부끄럽다는 반응이지만, 늦게나마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안도하고 있다.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시장이 16일(현지시간) 지난해 9월 지방선거를 무효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시장이 16일(현지시간) 지난해 9월 지방선거를 무효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오류 셀 수조차 없어"… 헌재 '전면 재선거' 결정

헌재는 지난해 9월 26일 치러진 베를린 지방선거를 무효라고 판단하며, 90일 내 재선거를 실시하라고 16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선거 당국의 잘못으로 선거를 다시 치르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당시 선거로 독일 통일 이후 첫 여성 시장에 올랐던 사회민주당 소속 프란치스카 기파이 시장은 헌재 판결 직후 "결정을 존중하며 재선거를 잘 준비하겠다"고만 짧게 밝혔다.

헌재의 이러한 판단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베를린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 직후 사퇴할 정도로 운영이 '대혼란'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①구의회 투표용지가 다른 지역에 사는 유권자들에게 잘못 배달됐다. 구의회 선거는 인물이 아닌 정당을 찍는 식이라, 유권자들은 다른 지역의 투표용지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투표를 했다.

②투표권이 없는 이들에게도 투표용지가 배부됐다. 구의회 선거에만 참여할 수 있는 만 18세 미만, 베를린 거주 유럽연합 시민에게 다른 투표용지를 몽땅 나눠주는 식이었다. ③출구조사 결과가 투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오기도 했다. 대기 줄이 너무 길어 예정된 종료시간인 오후 6시에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④대기 줄이 길어 투표를 포기한 사례도 속출했다.

헌재는 오류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심각한 제도적 결함이 얼마나 많은 오류를 만들었는지 규명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오류는 의석 배분과 시의회 구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선거 전부터 혼란이 예상됐지만 준비가 미흡했다"고도 꼬집었다. 당일이 총선과 지방선거, 주민투표까지 한꺼번에 치러진 '슈퍼 투표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철저히 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선출된 의회의 지위를 보호하는 것보다 선거의 오류를 바로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재선거로 인한 사회적 비용·혼란보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는 데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선거는 내년 2월 12일 치러진다. 입법·행정 공백 방지를 위해 앞서 선출된 인사들은 이때까지 활동을 이어간다.

베를린 지방선거의 부실한 운영은 지난 3월 치러진 한국 대선 상황과도 묘하게 겹친다. 당신 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용지를 공식 투표함이 아닌 플라스틱 바구니, 비닐봉지 등에 담아 논란이 됐다. 대기 줄 관리도 되지 않았다. 노정희 전 선관위원장은 뒤늦게 부실 선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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