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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고3 수험생... 우크라 난민촌 찾아 구호품 플랫폼 가동 '파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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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고3 수험생... 우크라 난민촌 찾아 구호품 플랫폼 가동 '파란불'

입력
2022.1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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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고 권오중 군, 난민 구호품 플랫폼 가동
성별, 필요 물품 종류, 규격 등 난민이 직접 작성
폴란드 난민촌 방문... 가동 이틀 만에 500여 명 답변
"입시는 다시 보면 되지만 난민 지원은 미룰 수 없다"

대구 성광고 3년 권오중 군이 16일 자신이 구축한 난민 구호품 설문조사 플랫폼인 밸카이브서베이를 선보이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 성광고 3년 권오중 군이 16일 자신이 구축한 난민 구호품 설문조사 플랫폼인 밸카이브서베이를 선보이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학 입학은 늦어도 되지만 난민 구호품의 미스매칭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합니다."

대구의 한 고3 수험생이 대입 수능시험을 앞두고 폴란드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위한 물품과 구호품 맞춤 지원을 위한 플랫폼을 가동했다. 대구 성광고 권오중(18·3년) 군은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 난민촌인 우크라이나라이프센터와 폴란드 글로벌엑스포무역박람회, 의회센터를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구호단체 등을 거쳐 자신이 구축한 구호품 플랫폼인 밸카이브 서베이(Valchive-Survey)를 난민에게 전달했다. 귀국 후 가동 이틀 만인 16일 500여 명의 난민이 러시아어로 된 이 플랫폼에 필요물품을 적어냈다.

이 플랫폼에는 난민 가족 구성원 중 유아와 아동, 성인의 수, 일정 기간 필요한 속옷의 개수, 의약품의 종류와 형태 등 필요물품이 설문조사 형태로 담기고 있다. 권 군은 1차로 1,000명 분의 설문자료가 모이면 우크라이나 정부나 구호단체 측에 전달해 맞춤형 구호품을 지원토록 할 계획이다.

권 군은 "우리나라에서 기저귀와 인스턴트 식품 등을 보냈는데 난민들의 체형이나 입맛에 맞지 않아 활용되지 못한 점이 플랫폼 개발 배경"이라며 "난민촌에 직접 가보니 꼭 필요한 구호품 전달이 절실한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설문조사도 있지만 비용도 최소 수백만 원이고, 피난 상황에서는 활용하기가 쉽지 않아 간편하고도 효율이 높은 온라인 설문 플랫폼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찾은 난민촌 현장은 심각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 난민촌 2곳에만 2,400여명이 있었고 이 중 절반은 우크라이나라이프센터를 중심으로 인근 주택에 흩어져 있었다. 750여㎡ 규모의 구호품 창고에는 식량과 옷, 샴푸와 비누 등 생필품이 채워졌다 비워지길 반복했으나 항상 부족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14㎞가량 떨어져 있는 폴란드 글로벌엑스포무역박람회 및 의회센터는 더 열악했다. 전시실에 모여 지내는 난민들은 초췌한 모습에 인슐린 등 의약품도 모자라다고 했다. 구호품이 답지하는데도 꼭 필요한 물품이 부족한 현장이었다.

권 군은 지난 4월 중순부터 매일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4시간을 컴퓨터에 매달렸다. 같은 학교 후배인 주진표(16·1년) 군과도 의기투합했다. 코딩작업에 몰두한 끝에 지난 7월 밸카이브 서베이는 구색을 갖췄다.

권 군은 당초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에 연락했으나 전쟁 통에 수개월간 답보상태가 이어졌다. 결국 그는 이달 초 국내 구호단체의 협조에 힘입어 발급 3일된 여권을 들고 직접 폴란드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지난 2019년부터 컴퓨터 코딩을 독학한 그는 이 플랫폼 제작 도중에도 "공부나 해라", "입시가 중요하다"는 핀잔을 들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입시는 다시 보면 되지만 난민 지원은 미룰 수 없다"며 "이 플랫폼이 지진과 홍수, 전쟁 등 재난 및 비상상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권 군은 17일 대입수능시험을 치르기는 하지만 이미 상위권 대학 한 곳에 수시합격한 터라 다소 느긋하다. 권 군은 "난민들이 이 플랫폼에 힘입어 조금이라도 불편을 덜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폴란드로 피난해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작성 중인 밸카이브 서베이의 러시아어 설문조사 질문지. 권오중 군 제공

폴란드로 피난해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작성 중인 밸카이브 서베이의 러시아어 설문조사 질문지. 권오중 군 제공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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