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떠나는 MZ 잡아라" 주니어보드·리버스멘토링...분주해진 지자체
알림

"떠나는 MZ 잡아라" 주니어보드·리버스멘토링...분주해진 지자체

입력
2022.11.23 05:00
19면
0 0

공무원 10명 중 4명은 MZ세대
5년 미만 이탈자 5년 새 2배 이상 증가
탈권위적·개방적 조직문화 혁신필요

울산시는 8일 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제2기 울산청년혁신리더 위촉식을 개최했다. 울산청년혁신리더는 1년간 활동하며 공직생활에서 느낀 불합리한 관행들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세부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울산시 제공

울산시는 8일 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제2기 울산청년혁신리더 위촉식을 개최했다. 울산청년혁신리더는 1년간 활동하며 공직생활에서 느낀 불합리한 관행들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세부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울산시 제공


"매달 사용료를 내고도 민원인 배려 차원에서 이용 자제를 강요당하는 청사 내 주차 문제 얘기까기 가감 없이 터져 나옵니다."

안지은(33) 울산시 주무관


울산시가 지난해 8월부터 운영 중인 '울산청년혁신리더'에 참여한 MZ세대 안 주무관이 꺼낸 얘기다. 얼핏 들으면 외부 청년들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 같다. 하지만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울산시 젊은 공무원들을 위해 구성됐다.

1990년대 전후 출생한 근무경력 10년 안팎의 7급 이하 울산시 공무원 30명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5개 팀으로 나뉜 이들은 1년간 공직생활에서 느낀 불합리한 관행을 공유하고, 세부적 개선방안까지 제안한다. 지난 5월 행정업무 사이트 ‘원클릭 울산’에 익명게시판이 마련된 것도 혁신리더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청년혁신리더 1기인 안 주무관은 “공무원 사회가 아직 권위적 부분이 있어, 작은 의견 하나도 개진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혁신리더 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솔직한 얘기들이 오가고 현장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공무원 10명 중 4명이 1980년부터 2000년에 출생한 MZ세대다. 공무원 사회 변화를 주도할 MZ세대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의 역량을 녹여낼 아이디어 마련에 한창이다.

광역·기초 구분 없이 MZ세대 참여 활발

'주니어보드' 형식이 가장 널리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경기도는 6급 이하 MZ세대 공무원으로 이뤄진 '혁신 주니어보드'를 발족했다. 과장급 이하 젊은 실무자로 구성된 16명은 다음 달까지 갑질·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복무문화(워라밸) 등 3가지 주제로 나눠 의견을 취합해 전달할 예정이다. 대전과 충북 충주·옥천, 충남 서천, 전남 함평·순천, 경남 의령, 경북 의성 등에서도 주니어보드 형식의 조직이 구성돼 상향적·수평적 소통문화 견인, 시정 주요정책 홍보 등에 기여하고 있다.

MZ세대가 그들의 문화를 상급자에게 소개하는 리버스멘토링(역멘토링)제도를 운영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인천시는 지난 3월부터 홀수 달 네 번째 수요일을 ‘리버스멘토링 데이’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3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이 MZ세대 공무원을 만나 최신 정보와 취미, 관심사를 공유한다. 서울과 경기, 전북 군산·완주, 경남 사천 등도 리버스멘토링을 시행했거나 시행 중이다. 홍준호 인천시 행정국장은 “보통 MZ세대 하면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없다는 식의 개인주의 인상이 강하지만 이는 소통 부재에서 오는 오해"라며 "리버스멘토링을 통해 오히려 기성세대와 MZ세대의 비슷한 점을 더 많이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3월부터 홀수 달 네 번째 수요일을 간부 공무원이 MZ세대 공무원에게 배우는 ‘리버스멘토링 데이’로 정해 세대 간 장벽 허물기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는 3월부터 홀수 달 네 번째 수요일을 간부 공무원이 MZ세대 공무원에게 배우는 ‘리버스멘토링 데이’로 정해 세대 간 장벽 허물기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 제공


근무 만족도 떨어지는 공무원 조직 변화 계기도

공기업들도 MZ세대를 위해 지자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5년차 이하 젊은 직원이 참여하는 내부 이사회를 운영해 업무수행 방식 등에 대한 쓴소리를 듣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지난달 4급 이하 MZ세대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를 꾸려 내년 말까지 조직문화 의사결정기구로 운영하기로 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게 MZ세대 프로그램 확산의 근본적 이유다. 실제 인사혁신처가 지난 6월 공개한 올해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 경쟁률에 따르면, 7급은 42.7대 1로 1979년(23.5대 1)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9급 경쟁률 역시 올해 29.2대 1로 1992년(19.3대1) 이후 처음 30대 1 밑으로 내려갔다. 이탈자도 늘고 있다. 재직기간 5년이 안 된 공무원 퇴직자는 2017년 5,181명에서 지난해 1만693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통계청 사회 조사에서 2009~2019년 청년층 선호 직장 1위를 고수했던 국가기관은 지난해 대기업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단순히 MZ세대를 위한 일회성 프로그램만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젊은 층 관심을 불러오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체된 공직문화 개선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재홍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은 직업 안정성에 대한 장점이 남아 있지만 과거에 비해 소득이나 업무량 등 종합적인 근무 만족도는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구성원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스스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공직사회 내부의 지속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