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동복·주암댐 저수율 30%대
광주시 공급 생활용수 고갈 위기
완도 등 섬 수원지는 거의 바닥
겨울 밭작물 수확 피해도 불보듯
광주·전남도, 누수 탐지 등 초비상
기관·업체엔 "수돗물 20% 절약을"
요즘 광주·전남지역의 하늘은 '마른하늘'이다. 그렇다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에선 원망의 대상이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메마른 날씨가 계속되면서 물난리가 현실화한 탓이다. 내년 3월이면 광주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물이 바닥날 것이란 전망에 광주시와 전남도는 초비상이 걸렸다. "벼락 맞을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쳐서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는 광주시 관계자들의 푸념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정도다.
가뭄이 들이닥친 남녘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광주의 주요 식수원인 전남 화순군 동복댐과 순천시 주암댐은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져 이미 속살(수몰 지형)이 드러난 상태다. 유효 저수량이 9,200만 톤인 동복댐은 15일 기준 저수량이 2,950톤에 그쳐 저수율이 32%에 불과하다. 주암댐(유효 저수량 3억5,000만 톤) 저수율도 31%에 불과하다. 가뭄이 계속될 경우 하루에 20만 톤의 생활용수를 광주에 공급하는 동복댐은 내년 3월이면 고갈될 것이라는 게 당국 예측이다. 물 사용량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광주·전남 지역 물 기근 현상은 여름철에 유독 마른장마가 계속된 데다, 마른태풍까지 덮치면서 심각해지고 있다. 올여름 중부지방에는 장맛비가 많이 내렸고, 영남지방은 두 차례 큰 태풍이 지나가면서 갈증이 해소됐다. 하지만 호남지방은 기상 이벤트의 영향권 밖에 놓여 비 구경을 하기가 힘들었다. 실제로 올해 1~10월 누적 강수량(동복댐 기준)은 669㎜로 평년(1,520㎜) 대비 44%에 그쳤다. 전남 지역은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전남 섬 지역의 가뭄은 더욱 심각하다. 완도를 중심으로 금일도, 소안도, 노화도 등 부속섬에선 수원지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 당국이 제한급수(2일 급수 후 4~6일 단수) 중이다. 완도군은 매일 수백 톤씩 수원지에 물을 채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완도군 관계자는 "주민 식수원인 수원지에 운반 급수로 가져온 물을 채우고 있지만, 밑바닥만 휑하니 보일 뿐 부어도 부어도 표시가 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우려된다. 겨울 배추와 무, 양파, 마늘 등 밭작물은 물 부족에 따른 생육 부진으로 수확량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하다. 전남도가 최근 파악한 밭가뭄 지역은 신안 402㏊, 고흥 258㏊, 해남 24㏊, 강진 5㏊ 등 총 800㏊에 달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양파와 마늘이 벌써 시들어가고 있다"며 "가뭄이 겨울까지 계속되면 수확량이 크게 줄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마른날이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늦가을과 겨울에는 비가 적게 내리는 데다,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평년 수준의 강수량(114.9㎜)을 유지하더라도 가뭄 4단계인 '심한 가뭄(경계)'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이 때문에 내년 1, 2월쯤이면 광주에선 30년 만에 제한급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광주시와 전남도는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짜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물을 아껴 쓸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광주시는 수돗물을 매달 1만 톤 이상 사용하는 기관과 업체 30곳을 대상으로 '수돗물 20% 절약'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수도 요금 감면 조례를 개정해 이달 사용분부터 전년 동기 대비 10%까지는 절감량 만큼 추가로 요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광주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물 샐 틈'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유수율(流水率)이 저조한 지역을 대상으로 노후 수도계량기를 교체하고 누수 탐사를 강화해 땅으로 스며드는 수돗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정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생활 속에서 물 20% 아껴 쓰기를 실천하면 하루 물 소비량이 10만 톤가량 줄어 내년 장마철까지 제한급수 없이 버텨볼 수 있다"며 "계량기 수도 밸브 조절을 통한 수압 저감, 설거지통을 이용한 설거지 등 절수 운동에 적극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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