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 경제에서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먼저 무역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의 전환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25년 가까이 매년 무역흑자를 유지했다. 대규모 무역흑자는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으나 올해 그 기록이 깨질 것 같다.
두 번째, 이웃국가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년 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 같다. 대만은 한때 우리나라와 함께 ‘아시아 네 마리 용’으로 어깨를 견줬지만 2003년 한국에 역전당했다. 그런데 20년 만에 1인당 GDP가 우리를 다시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고비용구조의 귀환이다. 고성장-저물가의 이른바 골디락스 정도는 아니지만 실질성장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것이 정상이다. 올해는 이 공식이 깨지고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더 익숙해졌다.
네 번째,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다. 금리는 보통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다. 돈을 빌리는 기간이 길수록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장단기 금리차가 거의 사라졌다. 9월에는 한때 국채 10년물 금리가 국채 3년물 금리보다 오히려 더 낮았다.
다섯 번째는 경유와 휘발유 가격의 역전이다. 최근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200원 이상 높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유 수급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전환의 시기이고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기준에 맞춰 설정된 낡은 제도와 결별하는 날도 왔으면 한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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