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
9월 뮌헨 ARD 콩쿠르 우승 후
5~11일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객원 수석으로 깜짝 귀국
내년 2월 5일 KCO와 협연으로 정식 고국 무대
"이번 연주 일정은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거였죠. 입국하고 바로 리허설에 투입됐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에 오고 싶었던 마음이 컸고, 열정 넘치는 좋은 악단에서 연주하며 많이 배워 무척 만족스러워요."
뜻하지 않은 '조용한 금의환향'이다. 지난 9월 독일 최고 권위의 뮌헨 ARD 국제 콩쿠르 플루트 부문에서 우승한 독일 명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 김유빈(25)이 우승 후 첫 고국 무대를 가졌다. 김유빈은 5~11일 객원 수석으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의 네 차례 내한 무대에 섰다. 그의 합류는 악단의 입국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결정됐다.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그는 "수석 플루티스트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급하게 섭외 연락을 받았다"며 "악단 이름과 협연자 이름을 보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소규모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첫 기회였고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형과는 그간 직접적 친분은 없었거든요. 이번에 알게 돼 진짜 좋았어요."
김유빈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플루트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17세에 제네바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18세에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제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 2016년엔 19세의 나이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최연소로 입단해 종신 수석으로 선임됐다. 유럽에서 안정적으로 악단 생활 중인 그가 프라하의 봄 우승 후 7년 만인 지난 9월 ARD 콩쿠르에 다시 출전한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었다.
"늘 연습해야 하는 음악가는 동기부여가 있어야 살아 있는 음악을 할 수 있거든요.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동기부여가 더 절실했어요. 현재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고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었죠. 그리고 콩쿠르는 30세까지 참가할 수 있는데 저는 이제 겨우 스물다섯인 걸요."
최근 일각에서는 예술은 경쟁의 영역이 아니라며 국제 콩쿠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젊은 음악가인 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유서 깊은 콩쿠르라고 해도 100년이 채 되지 않았죠. 과거 실연으로만 감상하던 음악을 휴대전화로 듣는 것처럼 콩쿠르는 대중의 관심을 받아 그 에너지로 연주 실력을 키우는, 과거엔 없던 하나의 수단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는 콩쿠르 우승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결과를 함께 기뻐해 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측에는 당분간 악단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악단에서는 그에게 솔로 연주 일정이 생길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할 뜻을 밝혔다.
올해 김유빈은 ARD 우승 외에도 지난해에 이어 세계 최정상 악단인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객원 수석으로 참여하는 등 음악 커리어의 정점에 서 있다. 지금은 다음 도약을 위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그는 "지금 소속된 단체를 떠나 최정상 악단 입단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행복하게 음악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ARD 우승 후 달라진 점이 없지는 않다. 연주 초청이 많아 일정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유빈은 19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리사이틀을 연 뒤 베를린으로 돌아갔다가 내년 2월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와 협연한다. 내년 4월에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일본을 찾는다.
그는 음악가로서 목표를 묻는 질문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플루트에 관련된 건 가장 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가 한국에 와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게 될 줄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던 일이잖아요. 물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는 항상 돼 있어야겠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